받아주는 병원 없어…2시간 떠돌다 사망한 10대

골든타임 넘겨 심정지 후 사망...필수의료 대책 시급

응급실 병상과 전문의 부족으로 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 받는 사고가 반복해 벌어지고 있다. [사진=Kwangmoozaa/게티이미지뱅크]
4층 높이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여학생이 치료를 위해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및 소방당국에 따르면 19일 오후 2시 15분쯤 대구 북구 대현동에서 17세 A양이 추락 사고로 왼쪽 머리, 우측 발목 등에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목격자 신고로 출동한 119구급대는 오후 2시 34분부터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수용할 수 있는 곳이 없어 2시간 만에 사망했다.

사고 장소와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은 전문의가 없어 치료할 수 없다고 답했고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병상 부족과 의료진 수술 일정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도 구급대 전화에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전달했다. 구급대는 오후 3시 39분쯤 동구의 한 종합병원을 방문했지만 역시 전문의가 없어 치료 진행이 안 됐다.

오후 4시 27분쯤 달서구의 한 종합병원에 도착했을 때 A양은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으며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며 대구가톨릭대병원으로 이송한 오후 4시 54분쯤 숨을 거뒀다.

소방 관계자에 의하면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대구 거의 모든 병원이 A양을 수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A양의 정확한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을 통해 감식 중이며, 경찰에 의하면 추락으로 인한 파열 등이 사망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환자가 골든타임 내 치료는커녕 수용 가능한 병원조차 못 찾는 상황이 또 다시 발생하면서 정부가 올해 업무 추진 계획으로 밝힌 필수의료 강화 정책이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증응급, 소아, 분만 중심으로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가 끝나갈 무렵인 지난 21일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전국 어디서든 중증응급환자가 1시간 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중증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뜨뜻미지근한 정책으로는 큰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의료 인력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의료계 의견과 충돌하고 있다. 28일 보건복지부는 20,30대 젊은 의료인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젊은 의료인들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등 인력 확충에 집중하고 있으나, 그보다는 현재 의료 현장에 있는 의료인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수도권과 지방 의료 인프라 격차 완화, 일부 과 쏠림 현상 및 기피 과 근무환경 개선 등을 이룰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과 원만한 의정협의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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