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치료제 ‘버제니오’, 알츠하이머 치료 효과

한국뇌연구원 허향숙 연구팀, CDK4/6 차단제 '아베마시클립'이 뇌 염증 조절

국내 연구진이 유방암 치료제로 사용되는 버제니오가 알츠하이머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한국뇌연구원(KBRI, 원장 서판길)은 퇴행성뇌질환 연구그룹 허향숙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유방암 치료제로 쓰이는 ‘아베마시클립 메실레이트’라는 약물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21일 밝혔다.

다국적 제약사인 릴리가 개발한  ‘아베마시클립 메실레이트’는 세포주기를 조절해 유방암 세포의 증식을 막는데 사용되는 표적항암제로 상품명은 ‘버제니오(Verzenio)다.  버제니오(Verzenio)는 CKD(cyclin-dependent kinase)4/6 차단제로 FDA 승인 호르몬 수용체 양성/ HER2 음성인 유방암 치료제이다.

CKD는 세포분열에 필요한 일련의 4단계 과정이 진행되는데 필요한 단백질이다. CKD4/6 차단제는 이 세포 분열과정중에서 CKD4와 CKD6을 차단시켜서 암세포가 더 이상 분열을 하지 못하게 하고 성장을 막아준다.

한국뇌과학연구원 허향숙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아베마실클립이 세포주기 조절 등에 관련된 유전자인 CDK4/6를 제어해 알츠하이머 질병 치료를 목표로 한 다중표적 (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 타우 병변 저해, 뇌염증 억제 및 기억력 향상) 약물임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이 약물을 투입한 알츠하이머병 동물모델에서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형성이 촉진되고, 단기기억과 인식기억이 회복되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관련된 아밀로이드 또는 타우를 과발현시킨 치매 동물모델에서 특정 유전자(타우 인산화효소 DYRK1A 및 p-GSK3β)의 발현을 조절해 뇌염증, 아밀로이드병증, 타우병증을 억제하는 것도 발견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아베마시클립이 아밀로이드베타 또는 LPS*에 의해 유도된 신경교세포의 과활성을 조절할 때, ‘DYRK1A/STAT3’ 신호전달 체계를 저해해 뇌염증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의 발현을 억제하는 것도 밝혀냈다. LPS는 모델동물에서 염증을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약물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뇌에서 CDK4 유전자의 발현이 정상인보다 늘어나고, CDK4/6 유전자의 제어가 말초염증을 조절한다는 연구는 기존에 있었지만, 아베마시클립이라는 약물과 알츠하이머병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허향숙 책임연구원은 “신약 재창출 기술을 활용해 항암제인 아베마시클립이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며 “앞으로 아베마시클립을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활용하는 임상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Pharmacological Research (IF: 10.334)’ 온라인판 3월 11일자에 게재됐다.

    김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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