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클리닝 화학물질, 파킨슨병 유도할수도(연구)

트리클로로에틸렌(TCE), 파킨슨병의 보이지 않는 원인인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소 옷에 널리 쓰이는 화학물질이 뇌 질환의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로체스터대 의료센터 신경학자 레이 도시 박사 등 국제연구팀에 따르면 전 농구스타 해군 대위, 작고한 상원의원을 비롯한  7명의 유명 인사들이 이 물질에 노출된 이후 파킨슨 병에 걸렸다.

문제의 화학물질은 산업용 용제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 이는 한때 커피를 디카페인으로 만드는 과정에 쓰였으나 1970년대부터 식품과 제약 산업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이후에도 페인트 제거, 타이핑 오류 수정, 엔진 청소, 환자 마취 등 다양한 산업과 군사, 의료 분야에서 사용됐다. 미국에선 TCE 사용이 줄긴 했지만 금속의 기름때 제거와 즉석 드라이클리닝에서 쓰이고 있다.

연구팀은 TCE의 광범위한 사용과 독성물질이 파킨슨병과 관련된 증거를 자세히 제시했다. 전 NBA 농구선수, 해군 대위, 작고한 상원의원에 이르기까지 7명이 오염된 장소 근처에 살거나 화학물질을 직접 사용한 결과로 인해 이에 노출된 후 파킨슨병이 발병했다는 것.

NBA에서 12년간 선수로 뛰었던 브라이언 그랜트는 36세 때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연구팀은 그가 3살 때 TCE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의 아버지는 미국 해병대 출신으로, TCE가 부대를 오염시킨 것으로 밝혀진 르준캠프에 주둔했다.

에이미 린드버그는 같은 캠프에서 해군 대위로 복무하는 동안 독성물질에 노출됐다. 그는 30년 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2015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난 고 조니 이삭슨 상원의원은 50년 전 비행기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TCE를 사용한 조지아주 공군부대에서 복무했다.

연구팀은 “한 세기 넘게 TCE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했고, 우리가 숨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을 오염시켰다”면서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사용이 감소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TCE와 파킨슨병의 연관성은 50여 년 전 사례 연구에서 처음 시사됐다. 지금까지 쥐에 대한 연구에서 TCE가 뇌와 신체 조직에 쉽게 들어가 미토콘드리아로 알려진 세포의 에너지 생산 부분을 크게 손상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동물 연구에서 TCE는 파킨슨병의 특징인 도파민 생성 신경 세포의 선택적 손실을 유발했다.

TCE와 직접 접하면서 일한 사람들은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연구팀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염된 지하수, 그리고 실내외 공기 오염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화학 물질과 마주친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네소타와 뉴욕 주는 TCE 사용을 금지했다. 미 연방정부는 지난해 환경보호청이 ‘인간 건강에 불합리한 위험을 가한다’고 지적했음에도 TCE를 금지하지 않았다.

연구팀에 의하면 지하수, 식수, 토양, 실내외 공기의 TCE 수준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이 정보는 오염된 현장 근처에 거주하고 일하는 사람들과 공유될 필요가 있다.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사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 연구는 ‘파킨슨병 저널’에 발표됐다. 원제는 ‘Trichloroethylene: An Invisible Cause of Parkinson’s Disease?’.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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