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빠라고?” 코로나 감염 후, 얼굴 인식 불가

롱코비드 환자 일부서 '안면 실인증' 증상 발생

코로나19 감염 후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 안면 실인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NatBasil/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감염 후 롱코비드(장기 후유증)를 겪고 있는 환자 중 일부에서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안면 실인증’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에 감염된 28세 미국 여성 애니는 사람의 얼굴을 분별하지 못하는 안면 실인증을 겪고 있다. 코로나 감염 후 고열과 호흡곤란, 후각 및 미각 상실을 경험하고 이후 재택근무가 가능할 정도로 증상을 회복했다. 이상을 발견한 건 회복 후 두 달이 지난 시점이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났는데,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버지와 삼촌 얼굴을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한 것. 애니는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팀에게 “낯선 사람의 얼굴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후 안면 실인증을 경험하는 인구가 어느 정도인지 추산된 보고는 아직 없다. 단, 애니만 이런 증상을 겪는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이 확인한 안면 실인증 환자만 50명 이상에 달한다.

안면 실인증은 태어날 때부터 겪기도 하지만, 후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뇌졸중이나 뇌 부상 등으로 인해 얼굴을 식별하는 능력을 잃는 것.

선행 연구에 의하면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인구의 약 1%가 여러 번 만난 사람의 얼굴조차 인식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을 구분하지 못해 줄거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등 일상에 불편을 겪는다.

극단적인 경우 자신의 얼굴도 인지하지 못한다. 거울에 부딪힌 뒤 사과를 하는 이상 행동을 보이게 된다는 것. 평소 잘 아는 익숙한 사람이 모자를 쓰면 인지하지 못하거나, 특정한 상황에 놓였을 때만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들도 있다.

뇌에 있는 6개의 영역이 얼굴 인식에 관여하는데, 이러한 부위들이 손상되면 안면 인식에 어려움이 생긴다. 특히 뇌의 오른쪽 부위에 손상을 입으면 그렇다. 각 영역 간 정보 교환이 잘 안 돼도 인식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안면 실인증 환자 200명 중 한 명은 정도가 매우 심각해 배우자 등 가까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 환자의 2%는 가벼운 수준의 증상을 보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얼굴을 통해 상대의 성별, 나이, 감정 등은 분별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얼굴의 주인이 누구인지 식별하는 데만 어려움을 느낀다.

애니는 코로나19 감염 후 피로, 집중력 저하, 잦은 편두통 등 롱코비 증상을 겪고 있다. 이러한 증상과 안면 실인증 사이의 연관성은 아직 불분명하다. 연구팀은 롱코비드 환자들이 색을 인지하는 능력이나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능력 등이 감소하는 사례들이 있다는 점에서 롱코비드 증상과 인지능력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안면 실인증은 어떻게 치료할까? 안타깝게도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상대의 얼굴에 익숙해지도록 최대한 많이 노출되는 것이 하나의 개선 방법으로 꼽힌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못 알아보고 감정을 상하게 하는 등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얼굴 특징을 암기하는 등 자신만의 요령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피질(Cortex)》 3월호 온라인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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