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마이드가 뭐지?…심장병 예측

화장품 성분인 세라마이드, 새로운 심혈관질환 지표로 떠올라

세라마이드는 신체 전체에서 발견되지만 피부세포의 가장 외곽의 각질층에 가장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콜레스테롤보다 심혈관질환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이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고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장품의 주요 성분으로 체내 지질의 1% 미만을 구성하는 세라마이드(ceramide)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65세 된 부동산 중개업자 스테파니 블렌더만은 심장병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았다. 세 명의 자매가 40대 또는 50대 초반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아버지는 막힌 동맥을 우회하는 수술을 받았다. 자신도 만성 염증을 유발해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자가면역질환자다.

블렌더만은 검진 결과는 늘 정상이었다.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저밀도 지단백질(LDL) 수치가 정상인 dℓ당 100㎎을 넘지 않았다.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을 합친 총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 범위였다.

블레더만의 주치의는 이런 결과가 미심쩍어 2021년 말 메이요 클리닉의 심장 전문의 블라드 바실레에게 검사를 의뢰했다. 바실레는 죽상동맥경화증(혈관에 지방이 가라앉아 들어붙어 동맥이 좁아지고 탄력성을 잃게 되는 현상)에 대한 블렌더만의 취약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생소한 세라마이드 검사를 받게 했다.

블렌더만의 세라마이드 수치는 적당히 높았다.  이는 수치가 낮은 사람에 비해 심장마비와 같은 심혈관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2배 이상 높다는 의미다. 블레더만은 이 검사결과에 마음을 다잡고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복용하기 시작했고 식단과 운동요법을 받기 시작했다.

의료진과 제약회사도 세라마이드의 의학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서 세라마이드 혈액검사는 메이요 클리닉만 시행하고 있다. 올해 말 실험실 검사 업체인 ‘퀘스트 다이어그노틱스’가 세라마이드 혈액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면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세라마이드 수치를 낮추기 위한 최초의 약물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최소 두 개 회사가 내년에 임상시험에 들어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세라마이드가 어떻게 생리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구체적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세라마이드는 다양한 세포 기능에 필수적이다. 심장 질환과 당뇨병 및 지방간 질환과 같은 질병에서도 높은 수준의 세라마이드 분자가 발견된다. 이로 인해 혼란을 일으키는 물질이기도 하다.

미국 텍사스대의 필립 셰러 교수(생리학)은 “세라마이드가 대사 기능 장애의 주요 원인이라는 압도적인 증거가 있다”고 말한다. 메이요 클리닉의 심혈관 실험의학 공동 책임자인 제프 미우센은 “세라마이드는 환자의 만성 질환 발병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며, 심혈관 위험의 훌륭한 예측 인자”라고 밝혔다.

미국 스토니브룩대 지질연구가인 유수프 한눈 교수는 “30년 전까지만 해도 세라마이드는 그 누구의 레이더망에도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1993년 한눈 교수 연구진에 의해 세라마이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마련됐다. 특정 면역계 분자가 어떻게 악성 세포의 자살을 유도하여 암을 예방하는지를 추적한 연구에서 세라마이드가 주요 매개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질이 세포 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 연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법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지질 연구에 혁명을 일으켰다. 복잡한 분자 혼합물을 분류할 수 있는 이 기술을 통해 세포에 수많은 세라마이드 종류(포유류는 200여 종)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라마이드의 기능을 밝히기 위한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세라마이드는 피부세포의 가장 외곽의 각질층에 가장 풍부하다. 세라마이드는 피부 보호막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스킨 크림에는 합성 세라마이드 또는 천연 세라마이드가 함유돼 있는 이유다.

세포는 다양한 유형의 세라마이드를 결합하여 세포 외막의 유동성을 미세하게 조절한다. 이는 세포의 이동, 분열, 통신과 같은 세포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세라마이드는 다른 지질의 합성을 위한 원료로도 사용된다. 이스라엘 와이즈만과학연구소의 토니 퓨터만 연구원(지질생화학)은 “우리는 세라마이드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세라마이드는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혈관 내벽에 침투해 LDL 콜레스테롤 입자를 유도해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동맥벽을 이완시키고 혈관을 계속 열어 두는 데 도움을 주는 화학적 전달자인 산화질소의 생성을 억제할 수 있다.

일부 세라마이드는 제2형 당뇨병을 촉진하는 인슐린 저항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세포에 화학 연료를 공급하는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을 줄일 수도 있다. 세라마이드가 유발할 수 있는 세포 자살은 암을 예방하지만 심장과 같은 장기의 건강한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다.

세라마이드가 정상 수준으로 존재할 때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부 외층의 밀봉▲세포의 자살 유도 ▲세포막 유동성 조절 ▲세포 내부 재활용 촉진 ▲복합 지질 합성을 위한 기질 제공이다.

그런 세라마이드가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일부는 그렇게 태어난다. 특정 세라마이드의 특성은 12개에서 26개 이상의 탄소를 포함할 수 있는 지질분자의 일부인 ‘아실 꼬리(acyl tail)’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아실 사슬의 길이는 세포 생리학 및 세포 병리 생리학에서 매우 중요하다“라고 퓨터만 연구원은 말했다. 일반적으로 긴 꼬리를 가진 세라마이드 품종이 더 해롭다. 특히 16, 18 또는 24개의 탄소 꼬리를 가진 특정 분자는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위험할 수 있다.

세라마이드는 우리 몸에서 너무 많이 생성되면 해로울 수도 있다. 우리 몸은 섭취한 지방을 분해해 지방산을 생성한다. 그 중 일부는 세라마이드를 생성하는 경로로 이동한다. 우리 세포는 일반적으로 소량의 세라마이드만 생성한다. 식단에 지방이 너무 많이 포함돼 있으면 세라마이드 분자합성이 증가한다. 셰러 교수는 “세라마이드 경로는 과도한 지방산에 대한 유출 경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식단과의 연관성은 많은 식단 관련 대사 질환에서 세라마이드가 급증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법으로 조사하면 비만, 제2형 당뇨병, 비알코올성 지방간, 죽상동맥경화증, 심부전, 뇌졸중을 포함한 여러 유형의 심혈관 질환 환자에서 특정 세라마이드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설치류에 대한 실험에 따르면 세라마이드는 단순한 방관자 그 이상일 수 있다. 화학적 처리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세라마이드의 수치를 낮춘 쥐들이 이러한 질병에 걸리지 않았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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