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재판에서 의사를 이기려면

[유희은 의료소송 ABC]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그 환자는 오른쪽 무릎 통증 때문에 입원했다. 검사 결과, 무릎 관절 ‘반달연골’에 이상이 있다고 나왔다. 병원은 ‘반월상연골 절제술’을 권했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무릎 통증은 여전했다. 이후 같은 부위에 두 차례 수술을 더 받았다. 1년 동안 3번, 같은 병원에서 잇따라 수술을 받은 것.

그래도 좋아지지 않자, 이번엔 다른 병원을 찾았다. 그제서야 무릎 관절 근처 근육이 찢어진(‘대퇴사두근 파열’) 것을 알게 됐다. 무릎 관절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태까지 악화된 셈이다.

환자는 이전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1심 판결을 받기까지 1년 반이나 걸렸다.

그러나 결과는 패소. 그것도 ‘전부 패소’, 100% 패했다. 피해 보상을 받기는 커녕 병원 측 재판 비용까지 고스란히 물어줘야 할 판이었다. 화가 난 환자는 항소를 하고자 내게 왔다.

이처럼 1심에서 ‘패소’한 사건의 항소심(2심)을 맡을 때는 패소의 원인부터 살핀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누락된 진료 기록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의료 사고가 있었던 병원의 초음파 검사 결과 등 진료 기록을 보완하고, 그 기록을 무기로 항소심에 들어갔다.

재판 과정에서 세 번째 수술 도중 의사가 환자의 근육에 손상을 가했음이 밝혀졌다. 의사의 분명한 ‘과실’이었다. 항소심 법원(부산지법 2017나62136)은 1심 판결을 뒤집고 결국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역전극이었다.

그처럼 의료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추측이나 분노가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바로 잡겠다는 정의감도 아니다. 의료 사고라 의심될 때 환자나 보호자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진료 기록 사본을 확보하는 것이다.

의료소송 하려면 진료기록부터 확보하라

가끔은 의료 기관에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발급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환자 본인의 진료 기록 사본 발급 요청을 거부하면 의료법 위반이다. 이 때는 관할 보건소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다음으로는 병원을 방문한 시점부터 있었던 일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보는 것. 가능하면 카카오톡 메시지와 같이 작성 일시가 함께 나오는 방법이 좋다. 시간이 흐르며 환자 자신의 기억이 흐려지는 것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특히 병원 진료 기록이 거짓으로 기재됐다 의심이 간다면 당시의 진료 사진 같은 ‘객관적 증거’가 있어야 이를 제대로 밝힐 수 있다.

이미 치료가 끝난 경우라면, 다른 병원에서 자신의 상태를 다시 정확히 진단 받아보는 게 좋다. 단순히 “수술 후에도 더 아파요”와 같은 이유로 소송을 할 수는 없다.

앞 사례처럼 다른 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해봤기 때문에 수술 부위 근육이 손상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환부 치료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모든 의료진은 환자 건강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환자는 의료진을 믿고 치료 과정에 적극 협력하며 따라가는 게 맞다.

그래도 치료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는 있다. 만일 치료 예후가 좋지 않다면, 그래서 혹시라도 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충분한 준비 없이 소송을 시작하면, 결과가 좋을 리 없다.

한 가지 팁이 더 있다.

법적(法的) 조치는 무조건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에 해야 한다는 것. “피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법률 전문가를 만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잘 아는 변호사가 없다면 전국에 조직이 있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도 의료 사고 상담은 받아볼 수 있다.

    유희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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