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 비난은 금물…구체적 행동을 말하세요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자신의 말이 배우자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내지만, 이를 의식하지 못해 갈등의 골을 깊이하는 도화선이 되곤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결혼과 부부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가트만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이혼 부부의 90% 이상이 ▲상대방을 평가하고 규정 짓는 비난(Criticism) ▲태도나 행동으로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경멸하는 멸시(contempt) ▲상대방에 문제 행동의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거나 변명하는 방어적 태도(Defensiveness)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대화를 단절하는 벽 쌓기(Stonewalling) 등 4가지 방법으로 일상에서 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의하면 이혼의 가장 큰 직접적인 원인은 성격 차이, 외도, 경제적 어려움 등이 아니다. 부부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건강하지 않고 각자 혼자만의 동굴에 살면 부부관계가 파탄날 가능성이 커지게 마련이다.

네 가지 재앙적인 대화 가운데 비난은 이외로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말이 배우자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내지만, 이를 의식하지 못해 갈등의 골을 깊이하는 도화선이 되곤 한다.

비난의 사전적인 정의는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비슷한 말은 ‘공격한다’ ‘때리다’ ‘비판한다’ 등이다. 즉, 비난은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어서 공격하는 말이다. 비난과 비슷한 말로 ‘불평하다’라는 말이 있다. 불평의 정의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병으로 몹시 불편하다’이다. 즉 불평은 몸과 마음이 편하지 않음을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부부나 가족들이 같은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하다 보면 상대방과의 삶의 방식, 개인차, 및 성격 차이 때문에 불평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 불평을 억누르기보다는 서로 표현해야 부부 관계가 좋아진다.

비난은 앞서 정의에서 살펴본 것처럼 상대방의 실수를 단순히 지적하면서 불만이나 불평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에 대한 일종의 인식 공격이다. 그러기에 비난을 당하면 우리는 상처받고 힘들어한다. 비난에 민감한 사람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쉽게 좌절한다. 또 비난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과 겹쳐지면 화를 내고 분노하며 반격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고 부부 폭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필자가 부부를 상담하다 보면 남성은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낮다보니 신체적인 공격, 소리 지르기 또는 문을 꽝하고 닫기, 자리 뜨기로 표현하는 사례가 많다. 여성은 언어 능력이 남성보다 많이 뛰어나기에 신체적인 공격보다는 비난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심리적인 공격을 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 경우에 여성들은 자신이 하는 말을 통해서 남성에게 공격한다는 의식이 거의 없었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상대방의 비난을 통해서 공격을 당하면 상처를 입고, 불안하고 우울하게 된다. 마치 “가랑비에 옷이 젖는 줄 모른다” 또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속담처럼 반복적인 비난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는 것이다.

특히 부모가 자녀들에게 비난하는 말투로 자녀의 부정적인 행동을 수정하려고 시도하면, 부정적인 행동은 억압할 수 있어도 그 부작용으로 자녀의 자존심이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난은 상대방의 인격이나 존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것이다. 반면에 상대방의 행동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자기 생각을 부드럽게 표현하면 건강한 대화가 된다. 예를 들면 “당신은 항상 게을러”는 상대방에 대한 평가적인 말이지만, “당신은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대체로 늦어(구체적인 행동 묘사)”라고 표현하면 건강한 대화가 된다.

– 당신은 거짓말쟁이야! (평가적 대화) → 당신은 말과 행동이 달라서 당신을 이해하는데 힘드네(구체적인 행동을 지적하는 대화)

– 당신은 집안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평가적 대화) → 당신은 청소할 때, 구석구석 자세히 청소하지 않아서 불편해(구체적인 행동을 지적하는 대화)

– 당신은 항상 늦게 귀가해(평가적 대화) → 당신이 이번 주에 7일 중 5일을 밤 11시 이후에 귀가해서 내가 불안하고 화가 나요(구체적인 행동을 지적하는 대화)

하루아침에 비난하는 대화를 바꾸기 힘들 수 있다. 비난하지 않는 대화를 하는 원칙은 상대방의 구체적인 행동을 묘사하고, 그에 대한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극단적인 언어가 아닌 부드러운 언어를 사용해 표현하면 된다. 부부 사이에 비난하는 대화가 많아지면 서로서로 비난하고 이러한 대화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정서를 일으켜서 부부 관계를 파괴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채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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