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욕 먹고 최하점 받은, 화학요법 창시자

[오늘의 인물] 파울 에를리히

“인생은 산화(酸化)작용이다. 꿈은 뇌의 활동이고 뇌 활동은 단지 산화작용이다.”

1854년 오늘(3월 14일) 태어난, 독일의 미생물학자이자 화학요법의 창시자인 파울 에를리히가 고교 문학 수업에서 ‘인생은 꿈’이란 주제의 작문 과제 내용이다. 교사는 파울에게 버럭버럭 화를 내고 최하점을 줬다.

파울 에를리히.

에를리히는 라이프치히 의대에 입학했지만 성적은 바닥권이었고 환자의 비명에 질려서 임상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미생물학을 선택했다. 그는 교수가 시신을 해부해서 신체 각 부분을 공부하라고 시켰을 때 시신 염색에 더 관심을 가졌고, 세포 염색 기술 덕분에 ‘세균학의 창시자’ 로베르트 코흐의 제자가 돼 내공을 닦을 수 있었다.

에를리히는 일본인 조수 하타 사하치로(秦佐八郎)와 함께 비소 화합물의 구조를 바꿔가며 염색해서 매독균을 죽이는 실험을 계속한다. 606번째 화합물을 매독에 걸린 토끼에게 주입했더니 다음날 매독균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세상을 구원하는 비소’라는 뜻의 ‘살바르산’이란 이름에 606을 붙인 이 치료제는 이듬해 1만여 명의 매독 환자를 치료했다.

부작용 탓에 나중에 페니실린에게 배턴을 넘겨줘야했지만, 살바르산 606은 첫 과녁 치료제로서 수많은 환자를 살렸다. 과학계에선 에를리히에게 ‘화학요법의 창시자’란 영예를 안겨줬고, 19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했다.

파울 에를리히는 “좋아하지 않으면 미친 듯 일에 매달릴 수도, 난관을 극복할 수도 없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에 어울리는 삶을 살면서 혈액학, 신경과학, 면역학 등에서 숱한 과학 이론을 정립했다.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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