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상(?) 오명 제일약품, 신약개발 회사로 거듭난다

오너 3세 한상철 경영 가세하면서 기업 체질 변화

제일약품 본사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 유통채널이라는 오명(?)을 받아 오던 제일약품이 신약개발 연구중심 제약기업으로 변모를 추진하고 있다.

제일약품에 따르면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온코닉)가 개발중인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인 ‘자스타프라잔(Zastaprazan, 개발코드명 JP-1366)’의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해 총 1억2750만달러(한화 약16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지난 10일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온코닉은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1500만달러(약 200억원)를 우선 지급받는다. 또 개발과 허가, 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milestone)으로 최대 1억1250만 달러(약 1450억원)의 기술료를 받게 됐다.

제일약품 역사상 처음으로 자체 개발중인 신약후보 물질을 해외에 기술 수출한 사례이다. 1959년 설립된 제일약품인 제약업계에서 곱지 않은 평가를 받아 온 제약기업이다. 매출의 80% 정도를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을 공동 또는 위탁 판매하면서 창출해 왔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제약업계에서 제일약품은 ‘다국적 제약사의 유통채널’, 또는  ‘제약기업이 아닌 도매상’이라는 등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왔다.

이같은 오명을 받아 왔던 제일약품이 2010년 중반부터 오너 3세가 경영에 관여하면서 기업 체질을 신약개발 중심 기업으로 변모하려는 활동을 진행해 왔고, 최근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고 있다.

제일약품 한상철 사장

제일약품은 창업주인 고(故) 한원석 회장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 장남인 1976년생인 오너 3세 한상철 사장이 신약개발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로체스터대학원 경영학과를 거쳐 액센츄어(구, 앤더슨컨설팅)와 IBM에 근무하며 경력을 쌓은 한상철 사장은 2006년 제일약품 항암사업부에 부장으로 입사해 마케팅 전무와 경영기획실 전무를 거쳐 올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경영에 필요한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신약 연구개발 집중과 사업 다각화, 신사업 발굴 추진 등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경영인이 단기 실적에 중심을 둔다면 미래 먹거리인 신약 개발과 같은 중장기 사업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너 경영자가 강점이 될 수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환경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게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한편, 생산시설 및 R&D 투자, 해외수출 확대 등을 호흡이 긴 중장기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오너 경영자의 주된 역할이다.

제일약품은 2010년 중반만 해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 정도에 그쳤던 회사이다. 한상철 사장이 경영에 가세하면서 연구개발비 비중이 점차 높아졌고 2021년에는 5.6%까지 늘어났다. 매출액의 20%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는 기업들에 비해서는 보잘 것 없는 수치이지만, 자기 제품의 매출 비중이 20% 선인 제일약품으로서는 연구개발비 투자액은 상당한 규모이다.

이번에 중국에 신약후보 물질을 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도 한상철 사장이 설립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온코닉은 지난 2020년 5월 제일약품이 25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신약개발 자회사이다.

제일약품이 신약개발 기업으로 변모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올해 초 실시된 임원 인사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올해 임원으로 승진된 11명의 인사중 9명이 연구·개발 인력으로 파악되고 있어 제일약품이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8월에도 제제기술 총괄전무를 외부 영입한 바 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제약업계 3세 경영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성장하거나 대학을 나오면서 글로벌 감각과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며 “최근 제약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만큼 3세 경영인들의 이같은 장점은 회사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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