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수술보단 장기적 관찰 관리로 충분

고위험군인 15%에 들기 전에는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불필요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남성의 85%는 전립선 제거술과 방사선치료가 필요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남성 중 85%는 전립선 제거수술이나 방사선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20년에 걸친 장기 추적 연구결과가 나왔다. 암세포가 공격적으로 퍼지는 15%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장기적 추적 관찰로 충분하다는 것.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막한 유럽 비뇨기과학회 연례학회에서 발표된 영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CNN이 최근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책임자인 옥스퍼드대 프레디 햄디 교수(외과 및 비뇨기과)는 “좋은 소식은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면 당황하지 말고 시간을 가지고 결정을 내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전립선암 환자와 의료진을 안심시켜주는 연구결과라는 데 동의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브루스 트록 교수(비뇨기과, 역학 및 종양학)는 “환자의 상태와 위험도에 대해 주의 깊은 평가만 이뤄지면 성급하게 치료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고위험군으로 판정된 전립선암을 앓고 있는 남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전체 전립선 암 진단의 약 15%를 차지하는 이러한 공격적인 암은 여전히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햄디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나 저위험군 및 중간위험군에 해당하는 나머지 85%는 종양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전략(‘감시 모니터링’ 또는 ‘적극적 모니터링’)을 통해 생명의 위험이나 요실금 및 발기부전 같은 부작용 없이 생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과 그 자매지인 ‘뉴잉글랜드의학저널 증거(NEJM Evidence)’에 동시 게재했다.

전립선암은 비흑색종 피부암에 이어 미국 남성에게 두 번째로 흔한 암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 따르면 미국 남성의 약 11%(9명 중 1명)가 전립선암 진단을 받지만 약 2.5%(41명 중 1명)만이 전립선암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또 그 치료비용으로 미국에서만 매년 약 100억 달러가 지출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전립선암은 매우 천천히 자란다. 전립선에 국한된 종양이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데는 일반적으로 최소 10년이 걸린다. 20년 이상 8만 명 이상의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그 동안 많은 의료진이 체감한 것을 확인시켜준다. 혈액검사를 통해 전립선특이항원(PSA)이라는 단백질수치로 진단된 전립선암은 생명에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며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임상시험은 1999년~2009년 영국에서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1600명 이상의 남성을 추적 관찰했다. 모든 남성은 암이 전이되거나 신체의 다른 부위로 퍼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들은 세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정기적 혈액 검사로 PSA수치를 관찰하는 적극적 모니터링 그룹과 호르몬 차단제와 방사선으로 종양을 축소하는 방사선치료그룹, 전립선 절제술 또는 제거수술을 받는 수술그룹이다. 적극적 모니터링 그룹에 배정된 남성은 암이 악화될 경우 다른 그룹으로 갈아타게 했다.

대부분의 남성은 약 15년 동안 추적 관찰됐다. 가장 최근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연구자들은 참가자의 98%에 대한 후속 정보를 확인했다. 2020년까지 참가자의 약 3%에 해당하는 45명의 남성이 전립선암으로 사망했다.

세 그룹 간의 전립선암 사망률에선 큰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적극적 모니터링 그룹에 속한 남성은 다른 그룹에 비해 암이 진행될 가능성이 더 높았고 암이 전이될 가능성도 더 높았다. 적극적 모니터링 그룹에서 암전이 비율은 약 9%였던 반면 다른 두 그룹은 5%에 불과했다.

트록 교수는 전체 생존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암이 전이되는 것은 결코 사소한 결과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전이된 암은 고통스러울 수 있으며 그 단계에서 관리하기 위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모니터링은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보다 뚜렷한 이점이 있었다. 연구진의 12년 동안의 추적 관찰 결과 수술그룹의 4명 중 1명에서 5명 중 1명이 소변이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에 최소 한 개의 패드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다른 그룹보다 2배나 높은 비율이었다.

성 기능도 영향을 받았다. 나이가 들면 남성의 성기능이 저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세 치료그룹의 성기능 저하 패턴이 달랐다고 연구진의 한 명인 영국 브리스톨대의 제니 도노반 교수(사회의학)는 설명했다. 수술그룹은 초기부터 성기능 저하가 일어났고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방사선치료그룹은 성기능이 떨어졌다가 어느 정도 회복되지만 다시 저하됐다. 적극적 모니터링 그룹의 남성은 성기능 저하가 가장 천천히 진행됐다.

이번 논문 관련 사설을 집필한 미국 툴레인암센터의 의료 책임자인 올리버 사토르 박사는 해당 연구가 시작된 1999년 당시에는 50세 이상 남성의 전립선암 진단법으로 PSA 정기검사가 일반적이었으나 정확도가 많이 떨어졌음을 환기시켰다. PSA 수치가 높더라도 암이 아니라 감염, 성행위, 심지어 자전거타기도 원인이 될 수 있었다. 사토르 박사는 “일반적으로 전립선 특이항원 수치가 높은 사람 중 약 30%만이 실제로 암에 걸리며, 암에 걸렸다 해도 대부분은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정기검진을 통해 전립선암을 발견한 남성의 84%는 암이 치명적이지 않기 때문에 암 발견의 이점을 누리지 못한다는 연구도 있었다. 다른 연구는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남성 5명 중 약 1, 2명은 과잉치료를 받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립선암에 대한 과잉 치료는 요실금, 발기부전, 성기능 상실, 불안과 우울증 같은 부작용을 낳는다.

2012년 미국의 영향력 있는 예방 서비스 태스크포스는 건강한 남성에게 PSA 정기검사를 받지 말라고 권고할 정도였다. 이제 해당 태스크포스는 55세~69세 사이의 남성은 의사와 함께 위험과 이점을 신중하게 검토한 후 정기적인 PSA 검사를 받되 70세 이상에겐 PSA검사를 받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미국암협회(ACS)도 거의 동일한 접근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

관련 2개 논문은 각각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214122)와 다음 링크(https://evidence.nejm.org/doi/full/10.1056/EVIDoa2300018)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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