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되자 “피로하다” 병원 찾는 사람 많다는데…

극심한 피로 6개월 이상 지속 시 질환 가능성 높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웬일인지 하루 종일 나른하다. 의욕이 떨어지고, 아침엔 일어나기가 어렵고, 밤에 충분히 자도 낮에 졸립다. 특히 점심식사 후나 운전할 때는 더 그렇다. 집에 오자마자 잠을 청하고, 주말을 온통 잠으로 때운다. 출근하면 더 피곤하고 또 졸음이 몰려온다. 봄철, 따스한 날씨 탓이라고 넘기기엔 도저히 견디기 힘들다.

인제대 부산백병원 박태진 교수(가정의학과) 도움을 받아 봄철 피로의 원인과 극복 방법을 알아본다.

봄에 피곤하면 춘곤증?

봄에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엔 흔한 ‘춘곤증’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온몸이 나른하고 이유 없이 졸음이 쏟아지는 증상이다. 4~5월에 많이 나타난다. 시도 때도 없이 졸리고 업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크고 작은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춘곤증은 의학적인 질병이 아니다. 일종의 ‘생리적 피로감’이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차갑고 건조하던 겨울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지면서 봄 날씨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증상쯤으로 해석된다.

겨우내 줄어들어 있던 모세혈관이 다시 확장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에너지 공급과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 에너지 소비가 늘면서 피로가 쌓인다. 여기에 영양소까지 부족하면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진다. 춘곤증은 보통 2~3주 정도 지나면 저절로 호전된다.

6개월 이상 만성 피로…질환 있는지 찾아봐야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피로가 심하다면 다른 걸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체중이 줄고, 계단을 올라가거나 빠른 걸음으로 걸을 때 생기는 호흡 곤란, 밤에 옷이 젖을 정도의 식은땀이 나는 경우에는 춘곤증이 아닐 수 있다.

특히 피로 증상을 느끼는 환자 중엔 “간이 나쁘진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특정 약품에 대한 광고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된다. 지나치게 과음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신도 모르던 간 질환에 의해 피로가 유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의학적으로 피로가 1개월 이상 지속될 때는 ‘지속성 피로’, 6개월 이상 지속될 때는 ‘만성 피로’라 한다.

만성 피로 환자들을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약 25% 환자에서는 우울증이나 불안증과 같은 정신의학 문제가 발견되었고, 또 25~50% 환자에서는 다양한 신체 질환이 발견되었다.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이는 단순한 춘곤증 정도가 아니라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보통 정신의학 문제에 의한 피로는 스트레스와 관련이 많고, 아침에 심해지며,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 신체 활동을 늘리면 피로 증상은 개선된다.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다르다. 일단 스트레스와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오후나 저녁에 더 심해지며, 점차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신체 활동을 늘리면 피로가 더 악화된다.

실제론 이런 증상들로는 문제 원인을 정확히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전문의 상담과 영상·혈액·소변검사 등 다양한 진단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박태진 인제대 부산백병원 교수(가정의학과). [사진=부산백병원]

피로, 어떻게 이겨내나

과로 때문에 피로가 온 경우라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피곤하다고 잠을 더 자거나 무조건 쉬면 피로가 점점 더 심해진다. 8시간 이상 잠을 자는 것은 피로 회복이나 건강에 별 도움이 안 된다. 특히 낮잠은 1시간 이내로만 자야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피로를 물리치고 의욕을 되찾는데 더 좋다. 물론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몸이 더 피곤해질 수 있다. 서서히 운동량을 늘리면 육체적으로 적응이 되어, 피로에 대해 저항이 생긴다. 운동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없애줘 ‘일석이조’다.

또 피로 회복을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 공급이 꼭 필요하다. 여러 음식을 섭취하고, 가능하면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 과일을 곁들이도록 한다. 담배를 끊고, 과음하는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처음에는 더 졸리고 피곤할 수 있겠지만, 10일 정도 지나면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취미 생활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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