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보건소 운영, 무엇이 문제일까?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의료와 민간이 운영하는 민간의료는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역할을 분담을 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민간부분은 국민의 일반적인 의료서비스를 담당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부문은 환자의 수가 너무 적거나 혹은 초기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는 등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져 민간부문이 맡기 어려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같은 상호 보완적이고 균형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전체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공공의료의 큰 축을 맡고 있는 기관이 각 지역에 있는 보건소다. 우리나라의 보건소는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왜 그럴까?

첫째, 보건소의 인력운영이 매우 비효율적이다. 주요 직능별 인력 현황을 살펴보면 국민에게 실질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배치된 인력은 6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40%는 보건직 및 행정직이다. 즉 행정관리에 보건소의 40%나 되는 인력이 사용되고 있으며 보건의료서비스에 배치된 인력은 주로 진료나 급성 전염병 관리에 몰려 있다. 이로 인해 보건교육이나 방문진료, 노인보건, 정신보건, 장애자보건 등 실제 도움이 필요하거나 지역 주민의 보건 향상을 위하여 투입되는 인력은 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보건소 의사는 직업 만족도나 임금이 다른 민간 병의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다. 의사가 자주 바뀌고, 보건의료서비스를 위해 채용된 전문인력도 신분상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이직이 잦아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관료 조직의 특성상 사업추진 및 인력관리가 비효율적이어서 주민의 다양한 건강요구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효율적인 보건사업수행이 어렵다.

둘째로 보건소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나 보건사업의 질적 수준이 국민 요구 수준에 매우 부족하다. 한 보고에 의하면 주민들이 보건소를 이용하는 주된 이유가  의료진을 신뢰하기 때문이 아니라 진료비가 싸기 때문이었다.

셋째로 많은 보건소들이 자치단체장의 선심 행정의 일환으로 진료 기능을 강화하면서 인근 민간의원들과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보건소는 취약한 주민들의 의료안전망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진료기능을 해야 한다.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지방자치 단체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 민간 의료가 제공하지 못하거나 어려운 보건의료서비스(고아원, 양로원, 육아시설, 독거노인, 중증장애인 환자들을 보살피고, 지역사회의 질병예방, 보건교육관련사업 등 어렵고 힘든 일) 대신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보건소 진료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보건소가 진료기능을 강화하면 인근 의원급 의료기관과 경쟁하게 되어 마찰이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이와 같은 보건소와 민간 의원들과의 경쟁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은 환자나 지불해야 하는 진료비를 감면해주거나 할인을 해주는 행위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환자유인행위’로 형사처벌하고 있다. 즉 전국 어떤 의원을 가도 진료비는 동일하다.

보건소는 예외다. 보건소는 장애인이나 65세 이상은 진료비가 무료이고 65세 미만은 진료비가 500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불공정한 환경에서 보건소가 진료기능을 강화할수록 의원급 의료기관은 환자들을 보건소에 빼앗기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들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보건소와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경제적 여건과는 관계없이 행해지는 보건소의 할인진료는 정말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예산 부족이나 보험 재정의 누수 원인이 된다.

공공의료의 대표 주자인 보건소는 우리사회의 안전망으로 지역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의료보장, 국민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에 대한 연구나 지원, 전염병 역학조사나 관리,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교육 등 취약계층의 건강권 확보와 민간의료가 맡기 어려운 부분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하면서 민간의료기관과 상호협조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양상을 보면 그렇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보건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박창범 교수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