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학교에 ‘의료 간호사’ 상주!”… 지원 필요한 학생은?

필요 학생, 최소 600~1만여 명↑... 교육·의료계선 비판도

지난달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외과 병실을 방문해 환아와 보호자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정부가 의료기기를 착용하거나 장애가 있는 학생 등의 의료 지원을 위해 각 학교에 별도의 간호 인력을 상주 배치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교육부는 내부 준비에 들어갔지만, 교육·의료계 일부에선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7일 교육부는 각 학교에 의료지원을 제공할 공무원 간호사 배치를 보건복지부와 협의 중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측은 기존의 보건교사와 업무 범위와 처우 등을 차별화해 배치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이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내린 지시 때문이다. 당시 희귀 근육병으로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는 환아가 학교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다는 사연을 들은 윤 대통령은 “학교에 간호사를 배치해 의료기기 착용 어린이들이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는 내부적으로 정책 구체화 작업에 착수했고, 기존의 ‘중도장애 학생 의료지원 사업’을 확대해 간호 인력을 공무원 신분으로 상주 배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 경우 각 학교에 배치하는 간호사 인력은 중도장애 학생 등의 의료응급 상황에 대비해 일정 범위의 의료행위도 수행할 권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측은 “의료행위를 수행하기 때문에 업무범위 등에 대해 매뉴얼을 만들 예정”이라며 “병원과의 연계를 통한 인력 배치, 근무 기간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며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안을 협의 중인 복지부 측은 “협의한 바 없다”면서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중도·중복장애 학생 의료지원 사례 모습. 위에서부터 가래흡인, 경관 영양공급, 지체장애아가 건강한 근육 자세(신전·extension 자세)를 잡도록 돕는 모습. [자료=교육부·인천광역시교육청, 《중도중복장애학생 의료적 지원 사업 운영 가이드북 개발》]

◆필요 학생, 최소 600여 명… 교육·의료계 “현실·실효성↓”

새로 협의하는 방안은 기존에서 파견 간호사의 신분(공무원)과 의료행위 범위의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교육부는 1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중도·중복장애 학생 의료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각 지역 교육청을 중심으로 지역 의료기관과 협력해 신청 학교에 간호사 등 의료인을 파견한다. 기존에도 파견된 간호사는 의료지원이 필요한 학생에게 일과시간 동안 경관 영양공급(입으로 영양물을 섭취할 수 없어 튜브로 주입)과 가래흡인 처치 등을 시행했다.

사업 시행 전 교육부와 인천광역시교육청이 수행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특수·일반학교에서 집중 의료지원이 필요한 학생의 수는 총 607명이었다. 의료 지원 내용은 경관영양, 가래흡인, 도뇨관 삽입을 비롯해 인공호흡기나 네블라이져 등 의료기기 사용, 주사제 투약 등의 지원이 필요했다.

의료지원을 확장할 경우 지체장애나 건강장애 학생 혹은 순회교육 대상 학생 등까지 포함할 수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전국의 지체장애 학생은 총 9928명(특수학교 3751명, 일반학교 6081명, 특수교육 지원센터 96명)이며, 건강장애 학생은 1785명(각 13명, 1772명) 수준이다.

순회교육의 경우, 2020년 4월 기준 전국에서 4041명의 학생이 받고 있다. 2003년 대비 10여 년 사이 2배가량 늘어난 숫자다. 이는 질병이나 장애 정도가 심해 장·단기 결석이 불가피한 학생을 위해 각 교육감의 판단에 따라 복지시설·의료기관·가정으로 방문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교육계와 의료계 일각에선 현장을 모르고 진행하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보건교사회 등에선 의료 지원은 필요하지만 공무원 간호사 채용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교보건법 제15조 2항에서 이미 필요하다면 보건교사와 함께 필요 학생을 지원할 보조(간호)인력의 채용을 명시하고 있기에 이중정책이란 비판이다.

집중 의료지원이 필요할 만큼 중증도의 학생이 현행 제도와 교육 조건상 의료현장이 아닌 학교 환경에서 제대로 의료처치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는 의사의 처방이나 지시 없이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는 데다, 각 학교에 의료지원이 필요한 다양한 의료시설을 구비하고 환경을 구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행 지원사업 역시 교육부와 각 교육청은 예산만 지원하고 실질 지원 활동은 각 지역의 주요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어 진행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학교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데다 오히려 중증 학생의 상태를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현재 의료계는 간호사의 의료행위 권한 확대를 추진하는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기도 하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료기관과 교육기관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학생은 의사 진료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내 의료지원이 필요한 중도·중복장애 학생 현황 [자료=교육부·인천광역시교육청, 《중도중복장애학생 의료적 지원 사업 운영 가이드북 개발》]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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