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외로움이 더 고통.. 어느 암 환자의 경우

[김용의 헬스앤]

암 환자의 사회 복귀에 여전히 차별이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암에서 살아 돌아온 생존자를 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에 걸리면 암 자체보다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많은 암 환자들이 우울감을 넘어 우울증을 경험한다. 암을 늦게 발견해 치료가 쉽지 않은 환자들은 더욱 심하다. 비관적인 생각에 누워만 지내 근감소증을 겪는 경우도 있다. 근육 감소가 급격히 진행되면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암 자체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우울증과 근감소증이 있는 환자는 예후(치료 후 경과)가 좋지 않다.

극심한 통증도 암 환자들을 괴롭힌다. 암의 종류나 진행 단계에 따라 다르지만 암 발견 시 이미 절반 정도의 환자가 통증을 느낀다. 진행된 암의 경우 80% 넘게 통증을 호소한다. 아파서 잠을 제대로 못 이루면 강했던 투병 의지가 꺾인다. 암을 초기에 발견해도 항암화학요법을 받으면 메스꺼움, 구토, 식욕부진으로 삶의 의욕이 떨어진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나가면 두려움마저 엄습한다.

암에 걸려도 과거처럼 ‘죽음’을 떠올리는 경우가 적어지고 있다.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만성질환처럼 여겨지는 경향도 있다. 암도 일찍 발견하면 치료가 비교적 쉽다. 암을 늦게 발견하는 것은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본인이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으면 꽤 진행된 경우다. 암 사망률이 높은 폐암, 간암 등은 아파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대표적인 암이다.

초기 암도 ‘암’이란 말이 주는 어감 때문에 충격이 상당하다. 암 환자는 “왜 하필 내가?”라며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주변에서 숱하게 봐온 암 환자지만 자신이 당사자가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암 발생에는 흡연-음주, 나쁜 식습관, 운동부족, 유전 등 여러 요인이 관여하지만 원인을 모른 채 암에 걸린 경우도 적지 않다. “내가 암에 걸린 것을 믿을 수 없다”면서 몇 곳의 병원을 더 다니며 암 진단을 반복한다.

자유로운 ‘싱글 라이프’를 즐기던 사람이 싱글을 후회하는 순간이 아파서 몸져 누웠을 때다. 감기몸살도 아니고 암처럼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리는 병에 걸리면 옆에서 시중들고 의논할 사람이 절실하다. 나이든 어머니나 형제, 자매가 돕지만 계속 같이 있을 수는 없다. 힘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메스꺼움으로 구역질을 할 때 등 두드려 주는 사람이 없다. 돈을 주고 고용한 간병인과 나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은 천양지차다.

암 환자가 외로움을 덜 느끼고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직장인이라면 회사 관계자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회사원은 암 진단을 받으면 ‘퇴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치료가 길어져 휴직이 반복되고, 회사에 복귀해도 후유증으로 동료에 폐를 끼친다는 생각에 사로 잡힌다. 이럴 때 “회사 일은 걱정 말고, 건강해서 돌아오는 게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립서비스’를 해주는 선배가 고맙다.

아직도 암 환자의 사회 복귀에 차별이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암 환자를 바라보는 편견으로 인해 회사로 복귀하지 못하거나 결혼에 지장을 받았다는 사례도 있다. 어린 소아암 환자는 학교에서 마음고생이 더욱 심하다. 간신히 직장 복귀에 성공해도 보직, 승진 등과 관련된 차별 대우가 있는 곳이 있다. 휴직 기간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순 있어도 터무니 없는 인사에 절망하는 경우가 있다.

인사 담당 임원, 부장 등이 엄격한 잣대를 내밀어 퇴사를 유도하는 곳도 있다. 책상에 앉아 생산성, 업무 효율 등을 따지면서 암 생존자의 의욕을 무참히 꺾어 놓는다. 사장의 눈치만 살피며 암 환자를 냉정하게 대하던 그들도 언제든지 암 환자가 될 수 있다. 그때 후배 인사 담당자가 퇴사를 종용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주변의 3명 중 1명(36.9%)이 암 환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인 83.5세까지 살 경우 36.9%는 암에 걸릴 수 있다.

암 생존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최근 5년(2016∼2020) 동안의 암 환자 5년 상대 생존율은 71.5%다.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암 완치 기준인 5년 이상 생존한다. 암 환자라도 직장에 복귀해서 일을 해야 일상생활이 순조롭다. 암 투병 사실을 숨긴 채 다른 회사에 입사해야 하는가? 유능한 기획-인사 담당자라면 암 환자가 크게 증가하는 시대에 맞춰 사내에 합리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보직 이동이나 승진 등에서도 차별이 없어야 한다.

암 환자가 투병 기간 동안 가족애를 통해 외로움을 딛고 치료에 성공했다면 직장 동료들은 암을 이겨낸 생존자들을 응원하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3명 중 1명이 암 환자가 되는 시대, 언젠가 내가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 생존자가 병상에서 느꼈던 지독한 외로움을 회사 사무실에서도 반복하면 곤란하다. 암이 만성질환처럼 되어 가는 요즘, 암에서 살아 돌아온 생존자를 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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