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소녀 숨지게 한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풍토 균주”

현재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다른 변이

2.3.2.1c는 캄보디아에서 2013년과 2014년에 사람들에게 많은 감염을 일으킨 것과 동일한 균주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주 조류독감에 감염돼 숨진 캄보디아 소녀에게서 검출된 바이러스 샘플의 염기서열 분석 결과 현재 유행하는 조류독감과 다른 변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샘플을 분석한 ‘캄보디아 파스퇴르연구소’의 바이러스학자 에릭 칼슨 박사와 인터뷰를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지난달 22일 캄보디아 남부의 11세 소녀가 조류 인플루엔자 A(H5N1)에 감염돼 사망했다. 조류 독감은 가금류 사이에만 퍼지고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1997년 홍콩에서 처음으로 18명이 감염됐다. 2004년에는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사람에게 직접 전파돼 수십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캄보디아에서 사람이 H5N1에 걸린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칼슨 박사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파스퇴르연구소의 소장대행이자 캄보디아 국립독감연구소 소장으로 이 소녀의 바이러스 샘플 염기서열 분석을 이끌었다. 칼슨 박사 연구진은 이 소녀가 숨진 22일 오후 바이러스 샘플을 받아 24시간 안에 전체 게놈을 서열분석한 뒤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 공유 플랫폼인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GISAID)에 그 내용을 공유했다. 그는 해당 바이러스가 현재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다른 변이로 최소 10년간 캄보디아의 닭과 오리에서 발견된 풍토병에 가까운 조류독감 변이라고 밝혔다.

“해당 소녀가 현재 전 세계를 돌며 유럽, 북미, 남미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2.3.4.4b 변종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검출된 바이러스는 이 지역의 풍토성 균주인 2.3.2.1c에 속합니다. 이 바이러스는 캄보디아에서 2013년과 2014년에 사람들에게 많은 감염을 일으킨 것과 동일한 균주이며, 그 이후에도 시장에서 판매되는 닭을 포함한 가금류에서 간헐적으로 검출됐습니다. 2.3.4.4b는 전혀 새로운 바이러스 분기군으로 우리는 이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그는 독감바이러스나 코로나19 같은 RNA 바이러스는 매우 난잡하며 새로운 숙주에 빠르게 적응한다는 점에서 인수공통전염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류에게서 인간으로 전파됐다는 것은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적응은 잠재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전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는 것. 따라서 이보다 앞서서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고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 보건부는 이 소녀와 밀접 접촉한 12명의 검체를 채취했으며, 49세의 아버지만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H5N1 감염은 일반적으로 가금류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에게서 발생하며, 현재까지 이 변종이 사람들 사이에 퍼졌다는 증거는 없다. 이 소녀가 어떻게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칼슨 박사는 아버지의 샘플을 염기서열 분석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바이러스 부하가 낮아 염기서열 분석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약 10년 동안 사람에게 전파된 사례가 보고되지 않던 바이러스가 왜 지금 사람에게 전파됐는지에 대해선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면서 몇 가지 가설을 제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농업 관행에 많은 변화가 발생해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 그 하나다. 그는 “캄보디아에서는 팬데믹으로 인해 뒷마당에서 가금류를 사육하는 양이 증가했다”면서 “주요 수입원이던 여행 가이드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수입과 가족을 위한 식량을 보충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설로 또한 영양실조나 과체중 같은 사람들의 건강 변화가 감염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도 들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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