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팜비오는 중소제약이 아닌 강소제약”

남봉길 회장 인터뷰, 연구개발 능력 인정받아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

한국팜비오 남봉길 회장

대장내시경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장정결제를 복용해야 한다. 기존에 장정결제로 출시된 물 약은 가루를 믈에 타서 많은 양을 마셔야 한다. 대장내시경의 필요성은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장정결제 복용에 따른 불편함을 참기 힘들어 검사를 기피하기도 했다.

중소제약사인 한국팜비오는 2019년 기존 액제 장정결제의 제제를 개선해 알약으로 만든 ‘오라팡’을 출시해 이런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1999년 설립된 한국팜비오는 2021년 매출 920억 원을 기록한 중소제약이다. 제약업계는 중소제약이 아닌 ‘강소제약’이란 평을 하고 있다. 많은 중소제약들이 특허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 생산과 판매에 의존하고 있지만 한국팜비오는 총 매출에서 연구개발을 통한 자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수준이다. 올해 초 보건복지부는 이런 점을 높이 사 한국팜비오를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했다.

한국팜비오를 이끌고 있는 남봉길 회장을 만나 강소제약사의 차별점,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된 소감, 한국팜비오의 향후 비전에 대해 들어 봤다.

일반인들에게는 한국팜비오라는 사명이 다소 낯섭니다. 회사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국팜비오는 순수 토종 제약회사로서 1999년 설립돼 올해 5월에 창립 24주년을 맞습니다. 매출액만 봤을 때 2015년 518억, 2016년 647억, 2017년 729억, 2018년 695억, 2019년 750억, 2020년 807억원, 2021년 920억원으로 매년 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2022년 4월 현재 직원 수 300명에 2021년 매출액 920억원으로 2020년(807억원) 대비 14%가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254억원으로 2019년(221억원) 대비 14%나 성장했습니다. R&D에도 매출의 약 7%를 투자하며 제품 개발에도 꾸준히 힘쓰고 있습니다.

주요 제품으로는 ‘모누롤산(방광염, 요도염, 요로감염증 치료제)’, ‘유로시트라씨산'(요로결석 전문치료제), ‘피코솔루션액'(조제없이 바로 마시는 대장내시경 하제), ‘엔도나제에프(위 내시경상 개선제)’, ‘피코라이트산’, ‘호이콜정’, ‘도베인정500mg’, 노자임, 로와콜, 모비졸로, 메디아벤, 파모팡 오디정 등이 있습니다.

중소제약사로는 드물게 보건복지부로부터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을 받았습니다.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된 소감은?

한국팜비오는 그동안 의료현장과 환자에게 필요한 장정결제 ‘오라팡정’ ‘피코솔루션액’ 및 희귀의약품의 개발, 제품의 자체 생산을 위한 주사제/액제 공장과 원료의약품 제조 공장의 증설 등 시설투자를 활발히 진행해 왔습니다.

이런 점을 높게 평가받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공격적인 연구개발 활동과 투자로 혁신적인 의약품 개발에 적극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대장내시경을 받을 때 복용하는 장정결제 시장에 알약인 ‘오라팡’을 출시해 의료진과 환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라팡이 기존의 물약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는지, 그리고 차별화된 경쟁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오라팡정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3가지 황산염 성분에 장내 기포제거 효과를 갖는 시메치콘까지 포함시켜 알약으로 만든 장세척용 대장내시경 검사약입나다. 기존 OSS(황산염 액제) 제제 대비 주성분 함량을 10% 감소시켜 부작용 위험도 낮췄습니다. 알약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 PEG 제제가 갖는 구역감이나 불쾌한 맛이 없습니다. 따라서 환자 순응도도 매우 높습니다.

최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연구팀에서 한국팜비오의 알약형 장 정결제 ‘오라팡’과 물에 섞어 마시는 기존 장 정결제(PEG)를 복용한 환자 1만7000명을 비교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소화기학과 간장학 저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오라팡의 장 정결도가 더 높아 용종과 선종을 더 잘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내시경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는 톱니형 용종 발견율은 오라팡이 5.2%로, PEG 제제의 3.3%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대장내시경 검사의 목적이 암 발견에 있다고 볼 때 이번 연구는 오라팡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약 먹기가 너무 힘들어 대장내시경 검사 자체를 기피하는 분들과 보다 정확한 암진단을 원하는 검사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전국의 병원 소화기 내과 및 종합검진센터 등에서 검진 필수 의약품으로 활발히 처방되고 있습니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능력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한국팜비오의 R&D 투자 현황과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팜비오는 혁신적인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인류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계획을 확대하고 연구원 확보를 위한 고용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며 원천기술 개발과 확보를 통한 향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연구개발비 투자도 매출 대비 평균 7%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연구소 확대와 연구원 확충을 통한 R&D 투자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예정입니다.

현재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유수한 제약회사들과 공동개발을 통해 우수한 신약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또한 2020년부터 액제, 주사제, 패취제 시설을 증축해 기존 수출국인 미얀마,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 외에 유럽, 미국, 남미 등으로의 수출시장을 확대해 나가려는 계획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약 파이프라인은 2018년 미국 바이오 제약회사 트리베나(Trevana)사가 개발 중인 정맥주사용 마약성 진통제 올리세리딘(Oliceridine:성분명)의 한국시장 내 개발 및 제품화를 위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올리세리딘은 중등도 및 중증 급성 통증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면서 기존의 약물들에 비해 부작용은 줄이도록 만들어진 신약입니다.

한국팜비오는 희귀의약품에도 관심을 기울여 작년 7월에 해외 제약사와 두 건의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미국 바이오제약사 래디우스 헬스의 골다공증치료제 TYMLOS (팀로스, 성분명 Abaloparatide)와 캐나다 제약사 에터나 젠타리스의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 진단 신약 ‘마크릴렌’이 그것입니다.

팀로스는 골 형성을 촉진시켜 골다공증을 치료하는 신약으로 미국 FDA, 일본 PMDA로부터 각각 2017년, 2019년 승인받아 판매되고 있습니다. 또한 마크릴렌은 경구용으로 복용 이후 약 1시간 30분 동안 4개의 혈액샘플만 채취하면 돼 입원 없이 빠르게 검사 할 수 있는 약으로 미국 FDA와 유럽의약품기구(EMA)로부터 승인받았습니다.

한국팜비오는 규모는 중소제약이지만, 제약업계에서는 ‘강소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중소제약사들이 한국팜비오처럼 강소기업으로 평가받고 발돋움하려면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하는지 조언하신다면?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팜비오의 경우 사업 초기 수많은 영역의 제품들이 범람하는 국내 제약시장에서 특이하게 비뇨기과 영역의 제품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해 국내 최초로 요로결석 치료제 유로시트라를 개발, 출시함으로써 사업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후 과민성 방광증상 치료제 오에이비 정 출시로 기존 간질성 방광염 치료제인 게그론, 이아루릴과 함께 방광질환 치료제 라인업을 한층 더 강화시켜 비뇨기 분야 경쟁력을 갖출 뿐만 아니라 방광질환 대표 제약회사로 발돋움했으며 이어서 피코라이트산, 피코솔루션액, 알약 대장내시경 하제 오라팡정 개발 등 소화기 분야까지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갔습니다.

결국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다음 타 영역까지 라인을 넓혀가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기업 공개 등 향후 일정과 한국팜비오 비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기업공개는 당장 실시할 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검토하고 있습니다.

1999년 창업 이래 ’환자를 위한 우수 의약품을 개발, 공급해 국민보건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이 한국팜비오의 목표이자 비전입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직을 근본으로 하는 투명한 경영, 불가능과 한계에 도전하는 용기, 뜨거운 열정으로 질병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전문의약품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하고 있지만 토탈 헬스케어 기업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의료기기 분야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팜비오의 우수한 기술력으로 개발한 의약품을 소비자들이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일반의약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또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화장품 등의 사업 다각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팜비오 남봉길 회장은 1973년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하고 다국적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에서 15년동안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CJ제일제당, 광동제약 등 국내 제약사에서 연구개발(R&D) 업무를 맡았다. 복제약 보다는 제대로 된 약을 만들겠다는 신념 하나로 남들은 직장생활 은퇴를 준비하던 52세인 1999년 한국팜비오를 설립했다.

    김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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