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 환자의 슬픔”…편견·소외로 스트레스 심각

극심한 가려움증과 통증, 정신적 고통...생물학적 제제 나와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겨울철에는 건선도 함께 따라 온다. A씨는 빨갛고 하얗게 변한 다리에 바셀린을 덧바르며 어느덧 겨울이 찾아온 것을 실감했다. 겹겹이 쌓인 각질은 딱딱하게 굳어 갈라졌고, 갈라진 틈새로는 피와 진물이 엉겨 나왔다. 그토록 기대했던 친구와의 약속이지만 걱정이 앞선 A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나친 걱정 탓인지, 간지러움에 밤잠을 설친 탓인지, 유난히 몸도 마음도 무겁게 느껴졌다.

지하철에 탄 A씨의 옆자리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두피에서 이마까지 내려온 각질, 손가락 관절마다 붉게 올라온 발적, 떨어지는 인설, 변형된 손톱은 어딜 가나 시선을 끌었다.

그 시선에 자꾸만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화상인가요?” “피부가 왜 그래요” “혹시 전염되나요?” 사람들의 관심이란 때로는 호기심으로, 때로는 혐오감으로, 때로는 동정심의 형태로 다가왔지만, 어느 쪽이든 괴로운 건 매한가지였다.

“아니요, 저는 건선이고요. 건선은 옮지 않아요.”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보아도 생소한 병명을 듣고 어물쩍 넘어가는 듯한 반응에 이제는 체념했다. 사람이 많은 곳일수록 마음이 불안했다. 친구와 즐겁게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피부는 화끈거리고 쓰라리었다. 화장실에 숨어 몇 번이고 바셀린을 덧발랐지만, 갈라진 피부는 당기고 아프기만 했다.

“전염병 환자라도 된 기분입니다. 아무도 가까이 오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요.”

◇ 건선은 면역반응 과도화에 따른 염증 질환…전염병으로 오해하면 안돼
건선(psoriasis)은 전 세계에서 약 2%가 앓는 만성적 전신성 염증질환으로 면역 반응의 과도화가 그 원인이다. 자가면역질환의 특성상 여러 신체기관에 영향을 미치므로 대사성 질환, 심뇌혈관 질환, 협심증, 포도막염, 건선 관절염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나아가 정신적인 고통을 주기도 한다. 병변으로 인해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곤경과 스트레스로 신체적  및 정신적 고통이 동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선이 환자의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 사회적 편견과 사회적 배제 … 우울증 및 불안장애 동반 원인
건선의 주 증상은 홍반, 두꺼운 피부, 인설이다. 병변은 표피를 이루는 각질형성세포의 과다한 증식으로 인해 은백색 인설로 덮여 있고, 경계가 뚜렷한 홍반성 구진 및 원형 판이 형성된 모양새를 보인다. 이는 극심한 가려움증과 통증을 유발하며, 보통은 팔꿈치나 다리, 무릎, 두피 등 눈에 띄기 쉬운 부위에 발생한다.

이처럼 병변이 외부로 노출되는 만큼 환자가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중증 건선은 희귀난치병처럼 여겨진다. 건선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 병변이 눈에 띄는 특징적인 형태여서 전염성 질환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건선 환자는 일상적으로 사회적 낙인효과(stigmatization)와 사회적 배제(social rejection), 자존감 저하(low self-esteem)를 경험한다. 생애주기에 걸쳐 마주하는 수많은 형태의 소외와 편견은 건선 환자들이 겪는 불안장애, 우울증, 수면장애, 신체형 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건선은 신체적 고통도 크지만 정신적 고통 또한 상당한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건국대 병원 최용범 교수

최근 국내 연구에서 또한 건선 환자의 자살 경향성과 우울증이 우려할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건국대병원 피부과 최용범 교수 연구팀과 서울대 원성호 교수 연구팀이 건선 및 건선 관절염 진단을 받은 환자 34만 84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선 환자군은 자살 위험도가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또 중증 및 경증에 관계없이 모두 위험도가 높았다.

최 교수는 “건선 및 건선 관절염은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다양한 신체적 합병증 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경제적인 부담을 동반한다”며 “적극적인 질병의 치료와 함께 환자의 정신건강적인 측면에 대한 사회와 가족의 관심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이에 더해 건선 환자의 신체적인 고통과 더불어 심리적인 고통까지 인지하고, 건선의 빠르고 적절한 치료로 질환을 극복하기를 희망했다.

◇ 중증건선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는 최신 치료제 동향
건선 환자의 사회적, 심리적, 경제적 부담은 이중삼중으로 겹쳐지며 무게를 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환 특성상 완치가 어렵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므로 금전적 여유가 없는 환자에게는 비용 부담이 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

특히 중증건선 환자의 경우, 광선치료나 내복약 및 연고 처방만으로는 높은 PASI 점수(건선 면적 및 중증도 지수)가 호전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생물학적 제제의 출시와 산정특례제도(중증 질환자에 대해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비를 경감해 주는 제도)의 기준 완화는 중증 건선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지고 왔다.

IL-23, IL-17 등 건선 면역기전과 관련된 인터루킨을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는 중증건선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IL-23 억제제인 구셀쿠맙 생물학적 제제의 경우 투여 20~28주 차에 ‘깨끗한 피부(PASI 100) 에 도달하는 개선 효과를 보인 바 있다. 산정특례제도 기준이 2022년 1월부터 완화돼 더 많은 중증건선 환자의 삷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김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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