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부족, 병 아니라고? 심장병 사망 위험 17배 ↑

더 누워있고 싶을 때 일어나고, 낮잠 피해야

수면 부족은 우울, 불안, 심혈관질환, 암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사진=Panuwat Dangsungnoen/게티이미지뱅크]
좋은 음식, 규칙적인 운동은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수면’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면 부족 자체가 병은 아니지만 질병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수면 부족은 우울, 불안,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 불면증 환자의 절반 이상이 우울증, 불안장애를 경험한다.

심혈관질환도 연관이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는 “잠을 잘 땐 깨어있을 때보다 혈압이 10% 정도 떨어진다”며 “잠을 잘 못 자면 지속적으로 교감신경계가 항진되면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의 2017년 연구에 의하면 수면무호흡이 심한 환자는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정상인 대비 17배 높다. 불면증 환자는 8배 높았다.

수면 부족은 암 발생과도 연관이 있다. 수면은 면역체계, 대사, 호르몬, 세포 기능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잠이 부족하면 신체 염증반응이 증가하고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수면장애는 왜 발생하는 걸까? 낮에 잠을 자거나, 침대에서 긴 시간을 보내거나, 늦게까지 안 자고 누워있는 습관이 있으면 불면증이 만성화된다. 이런 행동을 반복하면 우리 뇌는 침대와 불면(각성)을 연관 짓는다. 이 교수는 “전문용어로 ‘조건화 상태’가 된다고 하는데, 자려고 침대에 누워도 잠이 안 오게 된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 행동장애도 대표적인 수면장애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코골이가 심해지고 호흡이 자꾸 정지하게 된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는 다리 불편감으로 숙면을 방해 받는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렘수면 단계에서 꿈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거나 심한 잠꼬대를 하는 병으로,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의 전조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술은 교감신경계를 항진시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높은 니코틴 용량은 각성 작용을 유발한다. 스테로이드제, 다이어트 약 성분도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불면증을 치료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수면습관 개선,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3가지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며 “수면제는 가급적 짧게 필요한 기간 최소 용량만 쓰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일부 수면제는 내성과 금단 증상으로 중독 위험이 있다. 졸피뎀 계통의 수면제는 장기 복용하면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되니, 반드시 전문가 상의와 모니터링이 동반돼야 한다.

수면제 부작용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될 수도 있다. 잠이 깬 뒤 자신이 했던 행동이나 대화 내용을 기억 못하는 전향성 기억상실이 대표적이다. 술과 수면제를 함께 먹으면 인지장애 위험이 커진다. 새벽에 수면제를 복용했다면 이른 아침 운전은 삼가야 한다.

비약물적인 치료 방법도 있다. 이 교수는 “규칙적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기, 가급적 낮잠 자지 않기, 침상에 누워 있는 시간 줄이기, 카페인·술·담배 등 줄이기, 야간에 흥분 활동 하지 않기, 일광욕 하기 등의 습관을 잘 유지해야 한다”며 “일광욕을 하면 낮엔 깨어있고 밤엔 잠들도록 하는 일주기 리듬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지행동치료도 도움이 된다. ‘졸릴 때만 침실에 들어간다’, ‘침실에서는 일하지 않는다’ 등의 자극조절요법은 침대-수면 조건화를 만든다. 복식호흡·요가·반신욕 등 이완요법도 인지행동치료에 해당한다. 기상시간은 일정한 게 좋다. 이 교수는 “약간 더 누워있고 싶은 느낌이 들 때, 부족한 듯 잤을 때 침대에서 나와 활동할 것을 권장한다”며 “아침 일찍 일어나야 일찍 잘 수 있는 힘이 채워진다”고 조언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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