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가 모발이식?…보건 당국은 “나 몰라라”

노동 강도 높아 대리 수술 관행 번져

모발이식은 의료법에 따라 의사가 시행해야 하는 의료행위다. [사진=art4stock/게티이미지뱅크]
 ‘모발이식’을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가 하는 잘못된 관행이 일부 병원에서 계속되고 있다. 모발이식은 엄연한 의료 행위여서 의사만 할 수 있다.

모발이식 및 탈모 전문가인 A의원 B 원장은 “모발의식이 의사가 해야 할 의료행위라는 건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코 성형 수술이나 대장암 수술을 의사가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모발이식은 수술이기 때문에 시행 과정에서 감염, 쇼크 등 여러 우발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B원장은 “간호조무사가 이식하는 동안 위급한 의료상황이 발생하면 대응  자체가 안 된다”며 “모발이식의 노동 강도가 높아 간호조무사가 대리수술을 하는 관행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발이식은 ‘슬릿’을 이용하는 수술과 ‘식모기’를 이용하는 수술 두 가지가 있다. 슬릿 방식은 수술용 슬릿나이프로 피부를 절개해 구멍을 만든 다음, 채취한 모낭을 포셉(핀셋) 등으로 잡고 끼워 넣는 수술이다. 식모기 방식은 피부에 구멍을 내는 펀칭 작업과 이식 작업을 동시에 시행할 수 있는 식모기라는 기구를 이용해 하는 수술이다.

간호조무사 대리수술은 슬릿 수술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주로 일어난다.  슬릿 방식의 수술을 할 때 피부 절개는 의사가 해야 하며, 포셉으로 모낭을 심는 과정은 의사와 간호사가 협진해 진행할 수 있다. 이때 집도의는 빠지고 간호조무사가 혼자 이를 시행하는 경우다. 이는 진료보조행위를 넘어선 의료행위다.

B원장은 “슬릿 방식으로 수술하는 모든 병원이 대리수술을 하는 건 아니지만 일부 병원은 간호조무사가 이식을 한다”며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이식에 대해 설명할 만큼 모발이식계는 의료법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그는 “수술은 의사가 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부작용 여부를 떠나 간호조무사의 이식 행위는 그 자체가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남성들)의 등장과 함께 남성 모발이식이 점점 대중화되고 있어 불법 의료행위로 인한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에 의하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진피층 아래까지 찌르는 행위는 의사만 시행해야 하는 고유의 진료행위라는 대법원 판례들도 여럿이다.

B원장은 관할 보건소에 간호조무사 대리수술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일반적인 안내 공문조차 내려오지 않았다. 그는 행정적 보복과 불이익이 생길까봐 더 이상 민원을 넣지 못하고 있다.

타투, 모발이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 아닌 미용을 다루는 행위에 대해 우리 사회는 관대한 측면이 있다. 미용 관련 시술이나 성형술도 건강과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의료계는 타투(문신) 시술이 의료행위여서 의사가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모발이식은 일종의 수술이어서 이런 관행은 더 큰 문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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