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의사 자질 충분”…좋은 의사의 조건은?

'겸손'은 성장 동력...경험치, 소통능력도 중요

조민 씨의 6일 유튜브 출연 장면(왼쪽)과 인스타그램 캡처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 씨가 의사로서의 실력을 묻는 질문에 “자질이 충분하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의사의 자질이란 무엇일까?

조 씨는 6일 유튜브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나는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의 의사 생활에 대해서는 선배들로부터 의사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 씨의 답변과 태도에 일부 의료계 인사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환규 대한정맥통증학회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2019년 발표됐던 ‘정의가 구현되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원하는 대한민국 의사들’ 성명서를 소환했다. 이 성명서는 조 씨의 퇴교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를 담았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의사 생활을 몇 십 년 한 나도 아직 환자 보는 게 두려울 때가 많다. 그런데 인턴 1년, 페이닥 1년 남짓한 아이가 의사 자질이 충분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수십 년 의사생활을 한 의사들이 분개한 이유는 ‘좋은 의사’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의사 자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수련을 거쳐 실력을 쌓고 난 뒤 형성되는 것이란 설명이다. 병원들이 ‘oo 수술 1000례 달성’ 등을 자주 홍보하는 이유는 경험을 쌓는 일이 의사 자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대가나 석학으로 불리는 학자들은 ‘겸손’을 강조한다. 겸손은 중요한 성장 요건이라는 것. 25세에 교수가 된 존 헤네시 전 스탠퍼드대 총장은 팀원들로부터 배우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겸손은 단순한 마음가짐이 아니라 직업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의사 자질을 갖추려면 본인을 부족하게 인지하는 겸손한 태도와 더불어 여러 조건을 갖춰야 한다. 영국 예비의사 지원 플랫폼인 메드링크(Medlink)는 의사가 되고자 하는 의대생과 예비의사들에게 좋은 의사로서 필요한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소개했다.

의사소통 능력= 환자 상담부터 동료 의료인들과의 팀워크 등에 이르기까지 의사소통 기술은 의사에게 필수적이다. 환자에게는 질환에 대해 명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다학제 협력 등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소통능력이 있어야 한다.

환자는 아픈 사람이다. 이들의 감정 상태를 인지하며 대화하는 기술은 의술만큼이나 중요하다. 의사는 혼자 일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동료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과의 소통 역시 중요하다. 이러한 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돼야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책을 세울 수 있다.

직업윤리= 의사가 되기 위해선 많은 공부를 해야 하지만, 더불어 강력한 윤리 의식이 요구되는 직업이기도 하다.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에 둬야 하는 강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환자에 대한 공감, 환자 취약점에 대한 이해, 환자의 복지 등을 고려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사라는 설명이다. 이는 환자가 치료에 임하는 자세 등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을 다루는 기술= 환자를 만난다는 건 다양한 연령, 직업, 계층 등을 만난다는 의미다. 때로는 침착하고 친절한 환자를 만나기도 하지만 공격적인 환자나 환자 가족 등을 만날 수도 있다. 의료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환자도 존재하지만, 사람 다루는 기술을 통해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때도 있다.

리더십 발휘= 의사가 된다는 건 책임이 따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니어 닥터로 갈수록 책임감이 커진다.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때론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팀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이때 고압적이고 위압적인 태도를 유지하지 않으면서 주변의 동의를 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배우려는 태도= 의사는 꾸준히 공부하면서 최신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직업이다. 배움은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자격증을 획득해도 끝나지 않는다. 의학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분야인 만큼 항상 공부해야 한다.

스트레스 관리= 아픈 환자를 상대하는 일, 죽음을 맞닥뜨리는 일, 병원의 재정 상태와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일, 교대 근무나 당직 근무를 서는 일 등 의사로서 겪어야 할 많은 일들은 상당한 압박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때 스트레스에 압도되지 않도록 정신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업무의 양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운동, 취미, 휴식 등을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성과 열정= 의사는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이다.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큰 질타를 받을 수 있다. 이름난 명의가 아니더라도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잘 치료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깔린다는 것. 전문성을 발휘하려면 열정이 수반돼야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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