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고립’ 한국인 구한 미 부부, “불고기도 요리”

위기에 처한 한국인 9명에게 2박3일 숙식 제공.. 미국인 부부는 한식 마니아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주 북서부에서 폭설에 갇힌 한국인 관광객 9명을 구한 미국인 알렉스 캠파냐 부부(왼쪽 3·4번째)에게 한국관광공사 관계자가 한국 여행권을 선물하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주 북서부 여행 중 폭설에 고립된 한국인 관광객 9명을 구한 미국인 알렉스 캠파냐(40, Alex Campagna)씨 부부가 한국 여행 선물을 받았다.

이들 부부는 당시 낯선 한국인들이 자택 문을 두드리며 눈을 치울 삽을 빌려 달라고 하자 아예 2박3일 동안 자신의 집에서 대피할 수 있게 했다. 뉴욕주에서는 겨울 눈폭풍으로 1.2m가 넘는 눈이 쏟아져 30명 가량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 관광객들은 미국인 부부의 환대 속에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면서 한국 음식까지 즐길 수 있었다. 평소 한국 음식 애호가인 부부가 김치와 간장, 고추장, 참기름 등 양념을 구비한 데다 밥을 지을 전기밥솥까지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연은 SNS를 통해 외부로 알려졌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하면서 한국에도 전해졌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캠파냐씨 부부에게 ‘버펄로 폭설 영웅’ 메달을 수여하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캠파냐씨 부부를 오는 5월 14일부터 일주일간 한국 여행에 초청했다고 6일 밝혔다. 박재석 관광공사 뉴욕지사장은 “폭설 속에서 위기에 처한 한국인 관광객들을 구해준 미국인 부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초청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캠파냐씨 부부는 한국 여행 중 자신들이 구한 한국인 관광객 9명과 재회하고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며 평소 즐기던 한국 음식도 전통식으로 맛보게 된다. 한식 요리를 만드는 전통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한국 전통문화, 화장품 산업계도 참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관광객 9명(여 6명, 남 3명)은 당시 승합차를 타고 워싱턴에서 출발해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던 중 뉴욕주 윌리엄즈빌에서 차가 눈 쌓인 도로의 도랑에 빠지면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됐다. 강력한 눈 폭풍은 더 심해져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들은 눈에 파묻힌 승합차를 빼내려고 삽을 빌리기 위해 주변을 배회하다 한 집을 발견하고 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2022년 12월 24일 미국인 부부가 폭설에 갇힌 한국인들을 구한 후 자신의 집에서 성탄 전야를 보내는 모습. [사진=알렉스 캠파냐 SNS]
바로 치과 의사 캠파냐(40)씨의 집이었다. 그는 삽을 빌려주는 대신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간파하고 관광객 전원을 즉시 집안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그 곳의 겨울 눈폭풍에 익숙한 캠파냐 씨와 아내 앤드리아 부부는 더 심한 폭설이 예고되어 관광객의 차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부도 며칠 간 외출을 못할 것에 대비해 냉장고에 각종 식재료를 가득 채워 놓은 상태였다.

침실이 3개인 부부의 집은 갑자기 들이닥친 9명의 한국인 손님들로 북적였다. 한국의 한 여행사를 통해 미국 관광을 온 이들은 대학생 딸과 그의 부모, 친구 등이 포함돼 있었다.

◆ 집에 전기밥솥, 맛술, 간장, 고추장까지 구비한 한식 마니아

캠파냐 씨 부부는 낯선 9명의 식사 준비에도 신경 썼다. 눈 폭풍에 대비해 식재료를 많이 준비해 음식 부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한식을 좋아하는 부부는 아껴둔 김치와 맛술, 간장, 고추장, 참기름, 고춧가루 등을 모두 꺼내 놓았다. 한국인 중 대학생의 어머니는 식재료를 이용해 제육볶음, 닭볶음탕 등 한국 음식을 만들기도 했다. 한국인들은 성탄 전야에 한국 음식으로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이틀 후 눈이 잦아들고 도로 제설 작업이 이뤄지면서 한국 관광객들은 비상 차량을 이용해 뉴욕시로 떠날 수 있었다. 캠파냐 씨는 예상치 못한 손님들의 방문에 대해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고 독특한 축복이었다”면서 “문득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루 더 머물렀다면 불고기를 만들어줄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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