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아몬드 엄마’ 유행…섭식장애 때문?

거식증, 폭식증 등으로 52분마다 1명 사망

욜란다 하디드는 자신의 과거 영상이 화제가 돼 ‘아몬드 엄마’라는 트렌드가 유행하자 아몬드를 든 자신의 모습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사진=Yolanda Hadid 틱톡]
10년 전 미국 TV 리얼리티쇼에 등장했던 에피소드 한 편이 최근 다시 화제가 되며 ‘아몬드 엄마(almond mom)’라는 유행어가 등장했다.

지난 2013년 방영한 ‘베버리힐스의 진짜 주부들(The Real Housewives of Beverly Hills)’의 한 에피소드에 모녀가 대화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딸 지기 하디드는 엄마 욜란다 하디드에게 “정말 힘이 없네요. 아몬드 반쪽 먹은 게 전부에요”라고 하자 욜란다는 “2~3개 정도 잘 씹어 먹어야지”라고 답했다.

향후 욜란다는 해당 에피소드에 대해 수술 후 반쯤 잠든 상태에서 했던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오늘날 이 장면은 딸에게 음식을 적게 먹도록 강요하는 대표 사례로 공유되고 있다. 자녀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거나 잘못된 식습관을 전달하는 엄마의 이미지나 글 등이 소셜미디어에서 아몬드 엄마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전파되고 있는 것.

아몬드 엄마 트렌드는 뜬금없이 등장한 게 아니다. 미국의 주요 건강 이슈 중 하나가 섭식장애이기 때문이다. 미국거식증협회에 의하면 섭식장애는 미국에서 52분마다 1명이 사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과다복용 다음 두 번째로 치명적인 정신건강 문제로 꼽히고 있다.

영양학자들에 의하면 엄마가 음식을 인식하는 방식 등 가족 음식 문화는 아이에게 거식증, 폭식증 등 섭식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아이들은 매스미디어, 소셜미디어 등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아몬드 엄마가 섭식장애의 절대적인 원인은 아니다.

단, 아이가 음식과 건강한 관계를 맺도록 하려면 부모가 집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여기고, 건강한 음식을 선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도하고, 몸을 많이 움직이는 활동적인 생활을 장려할 수 있다.

영양학자 마야 펠러는 TV토크쇼 ‘굿모닝 아메리카’에서 “나도 부모이기 때문에 아이가 채소를 먹지 않는 걸 보면 먹으라고 말하고 싶다”며 “하지만 음식에 등급을 매기지 않도록 자제하고 있다. 음식은 보상이나 처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특정 음식은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 혹은 절대 먹어선 안 되는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주기보다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는 가족 음식 문화를 형성하는 방법이라는 것.

섭식장애는 미국정신과학협회의 진단 기준에 따라 진단을 내린다. 아이의 섭식장애를 단순히 아이의 체중이나 체형 등을 보고 평가하기보다 전문가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진단하고 영양 상태와 신체활동 등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내과적인 합병증이 발생했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심각할 땐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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