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도 안 본 ‘일타스캔들’… 자폐인 부적절 묘사 논란

장애인 차별 현실, 무차별 재생산... 'K-드라마' 장애서사 역행

일타스캔들 5화에서 스토킹으로 오인받아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재우의 선처를 부탁하기 위해 찾아온 행선(전도연 분). [사진=유튜브/tvN drama]
인기 드라마 ‘일타스캔들'(tvN)이 자폐인에 대해 부적절한 묘사를 담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드라마는 자폐인과 가족이 부당한 차별을 겪고 있는 현실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그려냈다. 최근 한국 드라마가 보여주고 있는 진일보한 장애서사에서 퇴보했다는 비판 역시 제기됐다.

최근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은 ‘미디어오늘’ 기고문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일타스캔들의 장애 묘사를 비판했다.

홍 이사장은 “드라마 콘텐츠에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제작진에게 ‘장애를 아예 다루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면서 “제작진이 장애 소재를 다루면서 실수할 순 있지만, 이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본지에 말했다.

그는 “사후적으론 제작진이 콘텐츠 실수에 대해 사과와 정정 자막 등을 내보내고, 제작 과정에선 장애 당사자와 전문가의 참여와 자문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왜 정상도 아닌 사람을 싸돌아다니게 내버려 둬서?”

홍 이사장은 1월 28일 5화의 내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주인공 남행선(전도연 분)의 동생 남재우(오의식 분)가 경찰서에 구금되는 장면이다.

재우는 도시락 가게에서 일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자폐인이다. 자폐인에겐 하루에서 중요한 ‘정해진 일상(루틴)’이 있다. 재우에겐 와플을 잘 굽는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일하는 시간에 동네 카페를 찾아 와플을 사 먹는 일이다.

아르바이트생 연인이 재우를 스토커로 오인해 멱살을 잡고 몸싸움을 벌인다. 스토킹으로 고소된 재우는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되기까지 한다. 경찰서로 달려간 주인공 행선은 아르바이트생과 연인에게 장애의 특성을 알리고 조아리며 선처를 빈다.

연인은 “왜 정상도 아닌 사람을 싸돌아다니게 내버려 둬서”라며 고소를 강행하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이 짝짝이 신발로 급하게 달려 나온 행선을 보며 고소를 철회한다.

◆ “차별받는 장애인의 현실, 고민 없이 재생산”

홍 이사장은 “일반 시청자들이 이 장면을 보면 ‘아, 발달장애인은 저렇게 오해를 사는 행동도 고소 대상이 되는구나!’, ‘발달장애인은 수갑을 채워서 유치장에 넣어도 되는구나!’라고 잘못 생각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장면 속 여러 대사도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에게는 상처가 됐다고 그는 토로했다. 일타스캔들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성을 ‘비장애인에게 해가 된다’고 규정하고, “미안하다”는 한 마디로 상황을 손쉽게 종료한다는 것이다. 홍 이사장은 수많은 장애인과 그 가족이 일상 속에서 당하는 각종 차별과 어려운 현실을 아무런 고민 없이 재생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타스캔들 5화에서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재우(왼쪽)를 찾아온 행선. [사진=유튜브/tvN drama]

◆법적으론 인권 침해 소지 다분

이 장면은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일타스캔들 속 동네 카페와 경찰의 행동은 인권 침해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1인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고용노동부의 고시에 따라 직장 내 장애인식교육이 필수다. 일타스캔들 속 연기는 사업주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발달장애인 변호 경험이 있는 국선전담 손영현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카페 직원이 발달장애인 멱살을 잡은 것이므로 사과는 직원 교육을 시키지 못한 카페 사장이 해야 한다”며 “발달장애인을 경찰서 유치장에 가두고 수갑까지 채운 것 또한 경찰이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발달장애인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경찰의 행동을 지적한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항과 상충된다. 수사를 받는 발달장애인의 권리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보장돼 있다.

일타스캔들에서처럼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발달장애인에게 수갑을 채우고 유치장에 구금한다면 경찰의 인권 침해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인권위는 경찰청에 ‘발달장애인 대응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일타스캔들, ‘K-드라마’ 장애서사 되살려야

홍 이사장은 일타스캔들이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우리들의 블루스’ 등에서 최근 한국 드라마가 성취한 진일보한 장애서사에 역행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일타스캔들이 장애 소재를 다루면서 발달장애인을 시설이 아닌 지역 사회의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설정한 점은 인정할만한 대목이지만 장애를 고난 묘사 장면의 ‘액세서리’처럼 사용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홍 이사장은 일타스캔들의 서사에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제작진이 향후 이와 같은 부적절한 장애 묘사를 바로잡기를 기대했다.

“딸의 입시학원 특별반 탈락에 공정을 외치며 학원 앞에서 메가폰으로 시위하던 행선의 당찬 모습은 다 어디에 간 건가. 동생이 억울한 일을 당한 걸 뻔히 잘 알고 있었을 텐데 그 특유의 또박또박한 딕션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에요”라며 따질 수는 없었을까? 앞으로 남은 에피소드에서 과연 행선이 카페 사장에게서 사과를 들을 수 있을까?”


무의는 장애인 이동권 콘텐츠를 만드는 협동조합이다. ‘휠체어 탄 라이언 챌린지’, ‘휠체어 특공대’ 등의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국내 주요 명소 속 장애인의 이동 편의 상황을 상세히 안내한 서울 사대문·6개 궁궐·대학로 소풍지도, 서울·인천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 등을 제작하기도 했다.

무의가 제작한 장애인 이동권 비디오 콘텐츠 ‘Seoul, Take The Wheel’ [사진=유튜브/무의(Muui)]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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