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 끼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반복하는 ‘세 모녀 비극’

성남서 생활고 모녀, 숨진 채 발견... 9년째 '복지 사각지대' 비극 반복

최근 경기도 성남시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70대 노모와 40대 딸이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 비극’이 반복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송파구에서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숨졌던 사건이 발생한 지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 비극’이 반복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70대 노모와 40대 딸이 ‘폐를 끼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는 유서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오전 11시 30분경 경기 성남시 한 다가구 주택 주거지에서 70대 노모와 4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모녀가 채무 부담 등을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집주인이 며칠 동안 모녀의 인기척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문을 강제 개방해 이들이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모녀는 ‘폐를 끼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모녀는 생활고에도 매월 50만 원의 월세와 각종 공과금을 밀리지 않고 납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자영업을 하는 딸이 생계를 책임졌지만, 월 50만~200만 원 정도로 소득이 일정하지 않았고 되려 빚만 늘어나 모녀가 결국 생활고를 겪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적은 소득임에도 동거 가족이 소득원을 보유한 탓에 모녀는 국가의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해당했다.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으로 사회적인 인식이 진일보했음에도 관련 제도 개선 미비로 이와 같은 복지 사각지대의 비극이 9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당시 서울 송파구에 살던 세 모녀는 ‘죄송하다’는 메모와 마지막 집세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근에는 지난해 8월과 11월에도 유사한 비극이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던 60대 어머니와 두 딸이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9장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어머니는 난소암을 투병했으며 큰 딸은 희귀병을 앓고 있었다. 이 사건 역시 40대 둘째 딸이 홀로 생계를 책임진 탓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에서도 모녀가 생활고를 겪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살던 집 현관에는 수개월째 연체를 알리는 공공요금 고지서가 쌓여 있었으며 이들 역시 기초수급 등 복지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 이전에도 2020년 서울 방배동 모자 사망사건, 2019년 성북구 네 모녀 사망사건, 2019년 봉천동 탈북 모자 사망사건 등이 있었다.

정부의 관련 복지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곤 있다. 위기가구를 중심으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연락이 두절되거나 소재 파악이 힘든 경우 결국 보호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위기가구의 소재 파악을 위해 금융·채무 정보 등 다른 기관과 정보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복지 실무자 증원,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협업 등 여러 방안도 거론되곤 있지만, 관련 예산 확보 및 부처 간 협의 난항 등으로 번번이 우선순위가 미뤄지고 있다.


갑작스럽거나 누적된 생활고가 감당하기 힘들다면 정부의 ‘긴급복지제도’ 이용을 부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종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은 먼저 보건복지콜센터 ☎129로 전화해 도움을 요청하길 부탁드린다. 해당 제도에 도움을 요청할 경우 긴급 심사를 거쳐 1인 기준 45만 원 내외의 생계지원비전기요금·연료비 등의 공과금이 지자체를 통해 전달된다. 긴급복지제도란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국민에게 생계·의료·주거지원 등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신속히 지원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통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과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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