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진단 센서 상용화, 국회·정부 총력 지원해야

[김용의 헬스앤]

지금 이 순간에도 암을 늦게 발견해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 국회, 정부는 췌장암 조기 진단법이 빨리 상용화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췌장암 조기 발견, 뜻밖의 진단법… 상용화는 언제?’(1월 26일) 기사에 의견을 보내 주신 독자들이 많았다. 거의 대부분이 “연구팀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나라 과학자들 훌륭합니다” “모든 질병 퇴치는 한국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치료법을 개발하면 좋겠어요” 등 ‘우호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간혹 “상용화는 나 죽고 나면?” “100년 뒤에?” 등 냉소적인 내용도 있었지만 희망과 격려를 담은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만큼 암 조기 발견, 더 나아가 암 정복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뜨겁다는 방증이다. 모처럼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큰일’을 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다. 이제는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상용화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재료연구원(원장 이정환)이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소량의 소변에 빛을 쬐어 췌장암, 전립선암 등 조기 발견이 어려운 암을 일찍 진단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소변의 성분을 감지하는 작은 테이프(스트립 형) 센서의 생산가격이 개당 100원 이하라는 점도 매력이다. 소변으로 당뇨병을 진단하는 것처럼 췌장암을 현장에서 진단 가능하다는 대목에선 ‘흥분감’이 밀려온다는 독자도 있었다. 당장 건강검진에서 활용하자는 ‘성급한’ 의견도 나왔다.

결국 일반 국민들이 의료 현장에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소변 센서의 상용화 시점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췌장암에 걸린 사실을 모른 채 생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췌장암이 치료가 힘든 암으로 꼽히는 것은 조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혈액검사법은 아예 없고 영상의학적 방법으로도 암의 존재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췌장암은 암세포가 췌장 안에만 있는 경우 5년 상대생존율(완치 기준)이 46.9%다. 열심히 치료하면 나을 수 있다.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5년 생존율이 18.5%로 뚝 떨어진다. 초기 증상이 없고 췌장이 복부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어 암이 진행돼도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복통, 황달, 등-옆구리가 아픈 증상 등으로 뒤늦게 병원을 찾으면 암이 전이된 경우가 흔하다.

한국재료연구원 정호상 박사(나노표면재료 연구본부) 연구팀은 “췌장암, 전립선암 뿐 아니라 대장암, 폐암 환자의 소변을 분석해 진단 가능한 암의 종류를 점차 늘려가는 중”이라고 했다. 상용화가 빨리 된다면 번거로운 대장내시경을 거치지 않고도 대장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폐암은 암 사망률 1위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간접흡연, 대기오염, 미세먼지, 요리연기 등이 위험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재료연구원의 암 조기 진단법 발표가 언론의 일시적인 흥미만 자극한 수많은 ‘연구결과’ 중 하나로 끝나면 안 된다. 국민들은 내가, 우리 가족이 건강검진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상용화 시점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제 학술지에 논문만 실리고 소리 없이 사라진 연구결과들이 적지 않다. 국민들은 “국제 특허내고 빨리 상용화해야 한다” “국가는 이런 연구를 밀어줘야 한다”며 국회-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소변 센서로 현장에서 신속하게 암을 진단하는 데도 성공했다. 소변에 빛을 쬐어 생긴 신호에 인공지능 분석법을 적용해 정상인과 전립선암, 췌장암 환자를 99%까지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미 관련 특허를 한국과 미국에 출원했다. 이제 센서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도 필요하다. 소변으로만 당뇨병 환자를 100% 감별할 수 없듯이 소변 센서 검사의 오차를 줄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1%의 오차가 있더라도 사람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회와 정부는 지난해 11월 ‘루게릭병 환자 요양병원’ 건립 사업에 120억원 가량의 건립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국회에서 ‘중증·희귀질환 치료 지원 강화를 위한 정책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간담회에는 중진 국회의원들, 보건복지부 2차관, 기획재정부 예산 담당자가 참석해 국회와 정부가 한팀이 되어 ‘총력 지원’ 의사를 나타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해 누워서 지내야 하는 루게릭병 환자에겐 큰 희망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이번 췌장암, 전립선암 조기 진단법의 빠른 상용화를 위해서도 국회와 정부가 총력 지원 태세로 나서야 한다. 한 해에만 전립선암은 1만 7000여 명, 췌장암은 8500여 명의 신규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췌장암은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인식되어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받는 충격이 엄청나다. 상용화가 빠를수록 이들이 흘리는 눈물이 적어질 것이다.

연구팀의 공언대로 대장암, 폐암도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 암 정복은 조기 진단에서부터 시작된다. 암을 일찍 발견하면 치료가 쉽고 치료비, 약값도 적게 든다. 간암을 늦게 발견해 일 년에 약값만 수억 원 쏟아붓는 경우도 있다. 거액의 약값을 대느라 살고 있던 집까지 파는 사람도 있다. 늦게 진단된 암이 한 가정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췌장암 조기 진단법의 빠른 상용화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내 가족, 이웃의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국회와 정부 해당 부처, 예산 관계자들은 암 조기 진단법의 조속한 상용화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매번 국민 생활지원 명목으로 세금을 뿌리는 것보다 훨씬 나은 정책이 될 수도 있다. 지금도 암을 늦게 발견해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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