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5000억 회사를 50억에 매각” 헬릭스미스 몰락하나?

[상]한때 4조원 회사... 경영권 매각에 소액주주들 '부글부글'

 

[표=최소연 디자이너]
2005년 1호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진입해 한때 시가총액 4조원이 넘었던 헬릭스미스가 경영진의 모럴 헤저드로 인한 손실과 상궤를 벗어난 경영권 매각으로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였던 김선영 대표가 유전자치료제 기술의 핵심인 바이러스벡터의 상용화를 위해 1996년 학내 벤처로 설립한 바이로메드가 모태다. 이 회사는 2005년 12월 코스닥 상장 이전 전임상 과정을 완료했던 주력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엔젠시스(VM202)’는 상장 이후 가치를 인정받으며 임상에 진입했다.

엔젠시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족부궤양 등에 적용되는 ‘플라스미스 DNA 치료제’를 내세운  신약 후보다. 고장 난 유전자를 치료하는 목적을 지닌 기존 유전자치료제와는 다르다. 엔젠시스가 임상3상 관문을 넘기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따라 헬릭스미스 가치는 상승했다. 실제 헬릭스미스는 2019년에 시가총액 4조원을 돌파하고 코스닥 시총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

그러나 엔젠시스 임상 3상은 실패했다. 헬리스미스는 이에 더해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고위험 사모펀드에 투자해 300억이 넘는 손실을 냈다. 당시 경영진은 “증권사와 운용사의 고지내용을 신뢰해 투자를 결정했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위험도 높은 상품에 투자해 손실이 발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위험 사모펀드에 대해 투자 실패에도 책임을 지지 않던 헬릭스미스 경영진은 이후에도 유망신약 아이템을 자회사(뉴로마이언, 카텍셀)로 스핀아웃하는 등 모럴헤저드로 소액주주 측과 갈등을 빚었다.

헬릭스미스에 대한 경영감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2021년 소액주주 연합이 구성됐다. 2021년 6월부터 소액주주 추천을 통해 3명이 등기이사로 선임돼 경영 감시 활동을 했다.

김선영 대표는 소액주주 추천 등기이사들과 갈등을 빚다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회사 운영시스템을 개선하고 미국 FDA에서 엔젠시스 임상 3상이 통과되지 못하면 사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상이 실패했지만 김 대표는 사임 약속을 지키지 않다가 2022년 12월 이사회를 열어 경영권을 불과 50억 원에 카나리아바이오엠에 매각했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50억원으로 시총 5000억원 규모의 헬릭스미스 지분 7.30%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된다. 김 대표는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해 총 6.73%로 2대 주주로 남는다.

경영권 양도와 관련, 헬릭스미스 김선영 대표는 “지난 2년간 경영권 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소액주주들의 질타도 많았다”며 “카나리아바이오엠이 건실한 회사라고 판단돼 경영권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말했다.

경영권 양수도 매각일 당시 헬릭스미스의 시가총액은 5000억 원, 본사 사옥가치만 1200억 원, 현금 보유액이 800억 원대에 달했다고 소액주주 추천 등기이사들은 말하고 있다. 50억 원이란 적은 돈을 받고 회사를 팔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당시 8인의 등기 임원 중 소액주주연합이 추천한 3명은 경영권 매각에 반대했으나 수적 열세로 경영권은 카나리아바이오엠로 넘어갔다.

소액주주 연합 측은 계약을 통해 경영권이 매각됐지만, 회사 정상화의 길은 남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1월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카나리아바이오엠 측이 추천하는 이사 선임에 대한 찬반 표결이 예정되어 있다. 표 대결로 소액주주 연합이 이기게 되면 이사 선임안이 무효가 되고, 기존 이사진이 경영에 계속 참여하게 된다.

소액주주연합 추천 김훈식 등기이사는 “3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소액주주 연합이 이기게 되면 이사 선임안이 무효가 되고, 기존 이사진이 경영에 계속 참여하게 된다”며 “이후 회사 정상화 과정을 제시함으로써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60% 이상으로 추산되는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주력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시험 지속과 상용화를 추진해 바이오벤처 파이오니아의 길을 걷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 편에서는 1월 31일 개최되는 헬릭스미스 임시 주주총회의 의미, 그리고 소액주주 연합이 카나리아바이오엠으로 경영권 양도를 반대하는 이유, 현 경영진의 입장 등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김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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