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안 해도 여성이 남편보다 오래 사는 이유가?

[김용의 헬스앤]

여자는 남자보다 평균 6년 더 살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것은 각종 통계수치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인의 기대수명에 따르면 2021년 태어난 남자 아이의 기대수명은 80.6년, 여자는 86.6년으로 예측됐다. 80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남자 63.1%, 여자 81.7%였다. 100세까지 살 확률은 남자 1.4%, 여자 5.5%로 전망됐다.

여자의 평균 수명이 남자보다 긴 것은 세계 각국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아시아 국가인 일본을 비롯해 미국, 유럽 국가들도 여자가 남자보다 평균 6세 이상 오래 산다. 유전자, 생활습관, 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남자는 흡연, 음주 등 건강에 나쁜 습관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홀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은 ‘고독사’는 남자가 여자에 비해 5.3배 많았다. 고독사 발생률은 최근 5년 사이 40% 증가했다. 매년 100명 중 1명은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망한다. 연령대는 50대가 가장 많았고 이어 60대, 40대, 70대 순이었다. ‘5060 남자’의 고독사는 지난 5년 간 45∼52%를 차지해 가장 비율이 높았다.

남자의 수명은 50~60세의 건강관리가 큰 영향을 미친다. 여자가 갱년기를 잘 관리하면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에 유리하듯 남자도 중년의 몸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 시기에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고 건강 위기를 겪기도 한다. 실직, 명예퇴직으로 평생 헌신했던 직장에서 밀려 나오면서 많은 중년 남자들이 우울증을 겪는다. 직장을 가족보다 우선시 했던 중년 남자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도 ‘적응력’이 떨어진다. 몸과 마음이 고단한 상황에서 집에서 세끼 식사를 해결하면 ‘삼식이’ 소리를 듣는다. 직장은 물론 가정에서도 환영을 못 받는 세대인 것이다.

일본도 ‘5060 남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평생 회사에 몰입해 살아왔던 일본의 중년 남자들이 퇴직이나 황혼이혼 등을 겪으면서 고립감이 깊어지고 건강을 잃는 경우가 많다. 다만 배우자와 같이 살고 있는 남자는 혼자 사는 남자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도가 높다는 조사가 많다. 일본의 노화공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행복지수가 80점 이상으로 높았던 고령 남성 중 80%는 배우자와 같이 살고 있었다. 혼자 사는 1인가구 남성 중에서 행복도가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4%에 불과했다.

배우자가 먼저 사망한 이후에도 남녀의 행복지수가 크게 차이 난다. 남자는 삶의  의욕이 저하되고 행복지수도 큰 폭으로 떨어지는 반면, 여자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도 행복감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아내는 평소 남편에게만 의지하지 않고, 친구와의 만남이나 동네 모임 등 대인 관계가 많았기 때문에 배우자 사별 후에도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다.

한국의 고령 남성도 배우자가 사망하면 시름시름 앓는 사람이 많다. 여성에 비해 독신 남성의 건강 상태가 나쁜 경우가 적지 않다. 외로움 등 정신적인 면에서도 타격이 크다. 고독감을 달래기 위해 술,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도 건강 악화를 부채질한다. 부부가 모두 건강수명을 누리는 것이 남자 입장에선 유리하다. 자녀 결혼 이후에는 부부만 남는다. 서로의 건강을 살피고 도움을 주는 게 최선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오래 살지만 투병 기간이 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유병기간이 남성보다 5.1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의 기대수명 차이가 6.0년임을 감안하면,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사는 기간의 대부분을 각종 병으로 고생하는 것이다. 치매 환자 수도 여자가 더 많다. 치매 환자 중 여성 비율이 약 62%로 남성(38%)의 2배에 육박한다. 뇌졸중(뇌경색-뇌출혈), 심장병(협심증-심근경색) 등 혈관병 환자도 많다.

오래 살아도 질병으로 장기간 누워 지내면 장수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건강수명에 초점을 맞춰 건강관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할머니들을 보면 정식 운동은 평생 안 했어도 신체 활동력은 뛰어나다. 항상 걷고 틈만 나면 쓸고 닦는 등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청소, 정리 등 집안일도 훌륭한 신체활동이다. 헬스장에서 1시간 운동했다고 귀가 후 꼼짝 않고 앉아 있는 것보다 집안에서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게 건강에 더 좋다. 일상에서 부지런히 활동하는 것이 건강수명의 원천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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