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와 턱 수술을 원한다며 찾아온 은지(가명) 씨는 코가 작고 턱이 짧아 입이 나와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턱이 짧아 얼굴이 더 넓어 보여 안면윤곽 수술과 코 수술을 함께 시행했고, 은지 씨도 결과에 무척 만족하셨습니다. 1개월째 경과 살피러 오셨을 때 코와 턱 선이 마음에 든다며 활짝 웃으셨습니다.
4개월째 다시 경과를 보러 오신 은지 씨가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원장님, 코가 작아진 것 같아요.”
“에이 그럴 리가요.”
정말 코가 확연히 짧고 작아져 있었습니다. 코 수술 후 ‘2주째’ 모양이 최종 모양에 가깝다고 자주 설명드립니다. 3-4개월 정도 지나 코가 당겨서 살짝 들리거나, 6개월 정도 지나 살짝 내려오는 등 작은 변화는 있지만, 2주째 모습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코 수술 후 시간이 지나며 코 끝이 낮아지거나, 처지는 경우는 보았어도, 모양을 유지하면서 작아지는 경우라니. 이런 양상으로 코가 줄어드는 것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미스터리였습니다.
“그런데 모양은 잘 유지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지켜보면서 어떻게 할지 말씀을 드릴게요. 다음 달에 또 오시겠어요?”
은지 씨는 제 말을 받아들였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은지 씨는 이후 서너 달 동안 내원하지 않으셨고, 무소식이 희소식인가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심포지엄에 코 수술 강연자로 초빙을 받게 되었습니다. 특이한 케이스라는 생각이 들어 강연 중에 사례 발표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얼굴 각도를 맞추고 사진을 겹쳐보던 중 미스터리가 풀렸습니다. 은지 씨는 다른 곳에서 이마에 자가 지방을 넣으셨던 것입니다.
이마가 어색하게 볼록 나오면서 미간은 더 깊어 보이게 되고. 코는 작아 보이게 됐습니다. 눈썹은 위로 당겨 올라가며 중안면이 길어지고, 결국 얼굴 전체가 길어졌습니다.
심포지엄 강연 중 이 사례를 잠시 소개헸습니다. 많은 분들이 코가 작아진 사진을 보고 의아해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니 장내 여기저기서 허탈한 탄식이 들렸습니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두어 달이 지난 뒤 오랜만에 은지 씨가 찾아오셨습니다. 제가 조용히 여쭤봤습니다. “이마에 지방 넣으셨어요?” 은지 씨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기분이 씁쓸했습니다. 지방이 들어간 이마는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은지 씨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은지 씨 역시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는 못했을 텐데요.
첫 수술 후 일 년 정도가 되어 은지 씨가 다시 찾아오셨고, 코가 짧아 보이는 느낌이라도 교정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보형물을 높은 것으로 교체해 드렸습니다.
보형물이 높아지면 코가 높아질 것 같지만, 코끝이 변하지 않으면, 코의 각도는 오히려 낮아지고 코길이가 길어집니다. 콧대를 교정하면서, 전체적인 균형은 나아지고 이마도 덜 두드러지게 되었지만, 전체적으로 코가 길고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은지 씨는 이마를 과하게 높인 걸 해결하기 위해 결국 코의 모양을 희생한 상황입니다. 볼록하고 과하게 높인 이마는 예쁘고 자연스럽지 않을 뿐 아니라 코를 작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한번 높인 이마는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