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피질에서 ‘의식’ 지도화에 성공

의식의 3가지 차원이 각각 작동할 때 여러 뇌의 변화 중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식은 과학보다는 철학과 문학에서 많이 쓰이는 개념이다. 이를 신경생물학적으로 포착한다면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의식이 구현되는 순간 여러 뇌의 변화를 중첩한 방식으로 지도화에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미국 미시건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 전문 뉴스사이트 ‘사이뉴스(Sci.News)’가 지난 주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를 이끈 미시간대 의대 황즈뤼(黄梓芮) 교수(마취학)는 “의식은 복잡하기 때문에 그것을 연구하는 것은 루빅스 큐브를 푸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 가지 표면만 봐서 구성 방식을 이해할 수 없기에 모든 차원을 보면서 퍼즐을 맞춰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의식은 다음의 3가지 차원으로 구성된다.
(i) 뇌가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을 뜻하는 각성(arousability).
(ii) 장미꽃이 빨갛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알게 되는 의식(awareness).
(iii) 시각, 청각, 촉각을 하나로 엮어 매끄러운 의식경험으로 재구성해주는 감각구성(sensory organization).

연구진은 기하학과 시간역학을 적용해 이 3가지 차원의 의식이 각각 뇌에 발현되는 순간, 반응하는 여러 뇌의 피질 영역을 중첩해 그 정도를 단계적 농도로 표시된 3차원적 지도를 만들었다.  이는 기존 뇌 영상연구가 뇌의 어떤 영역이 어떤 기능과 연결되는지를 분석할 때 적용하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이를 미국 콜로라도주가 표시된 지도에 비견해 설명했다. 콜로라도주는 거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매우 명확한 경계를 갖는다.  콜로라도주와 와이오밍주의 국경지대에 존재하는 산들의 지형은 자를 댄 듯 그렇게 정확하게 나뉘지 않는다. 이 때문에 3차원적 접근을 펼치듯 뇌 영역의 위상과 단계적 변화를 함께 감안해야 의식이 작동할 때 뇌의 피질상의 변화를 지도화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깨어 있거나, 마취돼 있거나, 혼수상태에 있거나,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과적 진단을 받은 환자와 정상적인 사람들 뇌를 촬영한 기능적 자기동영상(fMRI)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서로 다른 400개의 뇌 영역의 변화를 중첩해 진하게 표시되는 영역을 단계화 했다. 이를 통해 각성, 인식, 감각구성이라는 의식의 3가지 차원이 발생할 때 각각 대뇌 피질의 어느 영역의 변화가 집중적으로 일어나는지를 그래픽화 했다.

3명의 연구진 중 한 명인 미시간대 의식과학센터의 앤서니 후데츠 소장은 “그동안은 유용한 도표로만 표시할 수 있었던 의식을 뇌 자체에 지도화 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우리의 연구는 의식과 뇌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며, 신경증환자에 대한 뇌 기반 진단이나 평가로 개발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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