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처방을 할 때 주의할 점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최근 한 정치인 A 씨가 도지사 시절 도청 의무실에 근무하던 의사 B 씨가 의무실로 찾아온 비서실 직원 C 씨에게 A 씨 약을 수차례 대리 처방해 줘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수차례 대리 처방을 받은 A 씨의 검찰 불송치 여부는 논외로 하고 B 씨가 검찰에 송치된 이유는 무엇일까?

2020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대리 처방을 엄격하게 규정했다. 의료법 제17조의 2 및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하며, 마찬가지로 직접 진찰을 받은 환자가 아니면 처방전을 수령하지 못한다.

예외적으로 1) 환자의 의식이 없거나, 2) 환자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동일한 상병에 대하여 장기간 처방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한하여 의사는 환자의 직계존비속,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 형제자매 또는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에게 처방전을 교부할 수 있다.

처방전 대리수령자는 처방전 대리수령 신청서와 함께 대리수령자 및 환자의 신분증 또는 그 사본, 가족관계증명서/주민등록등본 등 친족 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발급한 재직증명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급한 재직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

의사는 대리수령자가 제출한 처방전 대리수령 신청서를 1년간 보관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대리처방 교부 요건을 위반하고 대리처방을 할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참고로 대리처방전 수령 요건을 위반한 환자도 5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2020년 법이 개정되어 처벌이 강화되면서 기존에 있던 의사면허자격정지 2개월 이내 행정처분규정은 사라졌다.

법이 개정되기 이전인 2020년 2월 이전에 발생한 불법적인 대리처방의 경우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와 별개로 대리처방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에는 의료법위반으로 인한 의료인 결격사유로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의사 B 씨는 정치인 A 씨를 대신해 온 비서실 직원 C 씨에게 대리처방전을 제공하기 전에 비서실 직원이 대리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처방전 대리수령 신청서를 받고나서 대리처방전을 주어야 하지만 의사 B 씨는 경기도청 의무실이라는 특수한 장소에 근무하는 관계로 이러한 대리처방과 관련된 여러 필수적인 절차를 건너 뛰어 대리처방전을 발급하였고 경찰은 이러한 이유로 의사 B 씨를 의료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생각된다.

정리하면 2020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대리처방에 대한 규정이 강화되었고 만약 규정을 지키지 않고 대리처방전을 교부하는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환자보호자가 대리수령신청서나 친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가져오지 않거나 혹은 대리처방전을 받을 수 없는 친족임에도 불구하고 대리처방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하여 경기도 의사회에서는 ‘이렇게 불법적인 대리처방을 요구하면 당신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대리처방을 거부하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환자를 보는 의사로서 쉽지 않은 일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앙심을 품거나 다른 이유로 의사와 관계가 틀어진 환자나 그 보호자가 나중에 해당 의사가 불법적으로 대리처방전을 발급하였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와 같은 방법을 따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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