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반대에 국립중앙의료원 축소 이전… 논란 일파만파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에서 5번째)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주영수 원장(오른쪽 첫번째)과 함께 미 공병단 터 중앙의료원 신축 이전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국립중앙의료원이 신축·이전을 계기로 진료 병상과 인프라를 대폭 확충려던 계획에 기획재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기초 의료환경 악화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재부는 보건복지부가 신청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사업 계획안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결정을 통보했다.

복지부와 의료원은 당초 협의에 따라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1050병상 규모의 시설 조성과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를 기재부에 요청했다.

이후 기재부는 이를 검토해 △본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760병상으로 규모를 축소해 통보했다. 신축·이전 사업비 역시 당초 1조 2341억원에서 1조 1726억원으로 축소 편성했다.

기재부는 중앙의료원의 이전 예정 지역에 여러 대형병원이 있기에 1000병상 이상의 규모는 과하다는 판단이다.

복지부는 일단 기재부가 편성한 사업비를 받아들여 신축·이전 작업을 먼저 시작하고 추후 총사업비와 병상 확대를 추가 요청해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설계 공모 등의 후속 행정절차가 늦어진다면 중앙의료원의 전체 이전 일정이 더욱 늦춰지기 때문이다.

1958년 설립된 중앙의료원의 이전 논의가 2003년 시작됐다.  비좁은 공간과 시설 노후화로 이전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했다. 현재 의료원 인근 미국 공병단 터로 신축 이전하고 중앙감염병병원도 함께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앙의료원은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되는 등 국가 의료체계 정비를 위해서도 신축 이전이 필요하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이를 위해 중앙의료원에 7000억 원을 기부했다. 고 이건희 회장의 기부금을 기탁하고 있는 복지부는 7000억 원 중 5000억 원은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나머지 2000억 원은 감염병 관련 연구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야당과 중앙의료원 노동조합 등은 기재부의 사업 축소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NMC 신축이전 사업 축소는 사실상 공공의료 폐기 선언”이라면서 “경제성 논리를 앞세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저울질하는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기재부의 결정이 고 이건희 회장의 기부 약정 내용과도 위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부 약정사항 핵심이 150병상 규모의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이었기 때문이다.

전국보건의료노산업노동조합 역시 성명을 내고 “국립중앙의료원 규모가 1000병상 이상은 돼야 자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중앙의료원의 신축 이전이 “팬데믹 위기에서 공공의료체계 확립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이라면서 ‘정부는 이전 사업을 통해 중앙의료원을 상급종합병원 규모로 확충하고 각종 시설 설치와 운영을 적극 지원한다’고 합의했던 2021년 9.2 노정합의와도 전면 배치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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