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기증 ‘거부’당하는 남성 꽤 많아(연구)

절반 이상, 초기에 프로그램 탈퇴…최종 통과 4% 미만

난자를 향해 헤엄치는 정자. 정자 기증도 쉽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자를 기증하고 싶어도 정자의 질, 각종 질병 등으로 지원자의 약 40%가 기증을 거부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셰필드대 등 유럽 연구팀이 세계 최대 정자·난자은행인 ‘크라이스 인터내셔널(Cryos International)’과 협력해 영국·덴마크의 정자 기증 지원자 약 1만1700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자 기증 신청자의 11.2%가 정자의 질 불량, 17.4%가 건강 및 유전병·난치성 감염병, 11.7%가 생활방식 선별 설문조사 탈락 등으로 인해 기증을 거부당했다.

영국은 2006년 이후 정자 기증으로 출생한 사람에게 신원을 밝히고 싶지 않은 기증자의 정자를 사용하는 게 불법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정자 기증 지원자의 41.3%가 신원 확인에 동의한 걸로 나타났다. 덴마크 지원자가 미국 지원자보다 익명성을 포기하는 데 더 많이 동의했다.

또 당초 지원자의 절반 이상(54.9%)이 정자 검체를 사용하기도 전에 기증 프로그램에서 탈퇴했다. 이런 저런 과정을 최종 통과해 정자 검체를 동결했다가 난임(불임) 치료용으로 정자를 제공하게 된 남성은 당초 지원자 100명 가운데 4명도 채 되지 않았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셰필드대 의대 앨런 페이시 교수(남성학)는 “중국 이외 지역에서 정자 기증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가장 큰 규모의 연구”라고 말했다. 그는 “헌혈과는 달리, 정자 기증자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 연구 결과”라고 덧붙였다.

영국에서 정자 기증자가 되려면 18~45세로 신체가 건강하고 정자의 질이 좋아야 한다. 지원자는 유전 조건, 감염병 선별 검사, 가족 병력 분석 등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 통계를 보면 영국에 등록된 신규 기증 정자의 50% 이상이 수입된 것이었다. 영국은 특히 덴마크·미국에서 수입된 정자에 크게 의존한다.

이 연구 결과(An analysis of the outcome of 11 712 men applying to be sperm donors in Denmark and the USA)는 국제학술지 ≪인간 생식(Human Reproduction)≫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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