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암 원인 HPV, 다른 암 유발 급증… 테니스 여제도?

테니스의 거장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도 인후암 진단 받아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키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테니스의 거장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가 목과 유방에 암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18번의 그랜드 슬램 우승자이며, 테니스의 여제로도 불리는 나브라틸로바는 “심각하지만 치료할 수 있다”며 “좋은 결과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나브라틸로바가 걸린 1기 인후암(인두와 후두에 생기는 악성종양)은 미국에서 널리 퍼진 성병 중 하나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관련이 있다”면서 “이 바이러스는 다른 여러 암의 발병과도 연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종양학 교수인 오티스 브롤리는 “(인후암을 비롯해) HPV와 관련된 두경부암이 미국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두경부암의 연간 발생 건수를 보면 2010년 기준 4143건에서 2019년 5613건으로 9년 동안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두경부암 중 인두암과 구강암은 40% 늘었으며, 남성의 인두암 환자의 대다수가 HPV 감염 탓에 병을 얻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경부암은 위로는 뇌, 아래로는 쇄골 사이에서 뇌와 안구를 제외한 부위에 발생하는 암이다. 발생 부위에 따라 후두암, 구강암, 구인두암, 하인두암, 비인두암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흡연과 음주가 발병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HPV에 의한 두경부암도 크게 늘고 있다. 두경부암 환자의 대다수는 남성이지만 남녀 구별 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란?

HPV는 일반적으로 구강, 항문 또는 질 성관계와 같은 성 활동 등을 포함해 피부와 피부의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이다. 전문가들은 성생활을 활발히 하는 이들이 HPV에 감염될 확률이 높으며, 실제 많은 이들은 자신이 HPV에 감염됐다는 사실조차 모른다고 설명했다.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HPV는 자궁경부암, 항문암, 질암, 음경암, 구강암을 포함한 일부 암을 유발하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좋다.

HPV는 어떻게 암을 유발할까?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의 두경부암 외과 의사인 에릭 무어는 미국 내 구인두암의 70%가 HPV 감염 탓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HPV는 주로 편도선과 혀 뒤쪽에 종양을 유발한다.

미국암협회의 카렌 크누센 회장은 암을 유발하는 HPV 균주가 목구멍 뒤쪽을 감염시켜 암이 전이된다고 한다. 크누센은 “HPV에 감염된 이들이 모두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면역체계가 바이러스 감염이 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감염이 자연스럽게 치료되지 않는 경우 수년에 걸쳐 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HPV 감염 탓에 암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은?

베일러 의과대학의 이비인두학 교수이자 임상 부원장인 에리히 스터기스는 WP에 “HPV로 인한 구인두암의 위험은 여성보다 남성이 5배 더 높으며, 성적 파트너의 수와 가장 강하게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면역체계가 손상된 사람들이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은 바이러스를 제거하지 못할 위험이 커 HPV 감염이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나이나 잘못된 식단도 영향을 미친다. HPV로 인한 구인두암의 경우, 흡연 및 잦은 또는 과도한 알코올 섭취가 암 발병 확률을 높인다.

증상

HPV 감염은 대게 무증상이다. 그러나 HPV 관련 암은 암이 발병한 장소에 따라 증상이 크게 다르다. 구인두암의 첫 증상은 목 주위 림프절에 통증이 없는 혹이 생긴 것이다. 나브라틸로바는 그녀의 목에서 림프절 혹이 크기가 커지는 것을 발견했고, 암이 더 진행되기 전 검사를 받으러 갔다고 한다. 그는 조직검사에서 1기 인후암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구인두암에 걸린 이들은 종종 목이 아프거나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증상이 있다. 그러나 편도선이나 혀의 기저부에 있는 암은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병원에 가도 놓치는 경우가 많다.

2~3주 이상 목에 이상 혹이 있거나 목이나 혀에 통증이 있는 증상이 나타나고, 4주 이상 삼키는 것이 힘들어지면 이비인후과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HPV 관련 암의 예후는?

HPV와 관련된 구인두암은 조기에 발견되면 5년 내 생존율은 85%라고 한다. 하지만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종종 인유두종 바이러스로 인한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있다. 그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다수의 인유두종 바이러스로 인한 암의 경우 조기에 발견되었을 경우 암 조직의 외과적 제거를 선호한다. 만일 암이 전이되었다면, 화학요법, 방사선 요법, 혹은 면역요법을 통해 확산을 늦추거나 멈추게 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

다만 HPV로 인해 발병한 두경부암은 술이나 담배 사용으로 인해 발병한 암보다 덜 힘들고 종종 치료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문가들은 HPV에 애초에 감염되지 않는 좋지만, 만약을 위해서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이 백신은 HPV 관련 암의 90%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미국의 CDC는 발표했다.

    김수현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