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허용’ 합법화에 대한 논란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의학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전통의학으로서 고대 동양철학인 음양오행설을 기초로 완성되어 수천년동안 쌓아온 경험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한의학은 과학을 기반으로 발전해온 현대의학 혹은 서양의학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서양의학은 사람의 건강상태를 병과 병이 없음으로 구분하고 병의 원인을 찾아 없애기 위하여 몸의 해부학적인 구조를 기반으로 눈에 보이는 해부학적인 장기를 분석하고 원인을 찾는다. 반면 한의학은 인체를 하나의 통일체로 보고 건강상태를 건강과 불건강으로 구분하여 병든 부분에 집중하기 보다는 몸 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중하게 여기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능에 중점을 두고 치료한다.

이러한 학문적 원리의 차이를 근거로 의사들이 한의학의 원리에 기반한 진단 및 치료기기나 약물을 사용하거나 한의사가 서양의학의 원리에 기반한 진단 및 치료기기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면허 외 의료행위’라고 하여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2020년 법이 개정되면서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행위를 하거나 의료인이 면허사항 이외의 의료행위를 함은 물론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사항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과 해당 의료인은 3개월의 자격정지의 행정처분을 받도록 하는 등 면허 외 의료행위에 대한 벌칙조항이 강화되었다.

현재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의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의료법 제2조에서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규정이 되어 있을 뿐으로 의사와 한의사는 어떤 의료행위를 해도 되는지 하면 안되는지 명확하게 규정이 되어 있지 않아 많은 논란이 되고는 하였다.

지금까지 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는 한의사가 서양 의료기기인 초음파기기를 진단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면허 외 의료행위로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22일 판례를 변경하면서 사회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한의사 A는 대학병원으로 자궁내막증식증으로 진단받고 한의원을 찾은 여성에게 2010년부터 2012년까지 68회 복부초음파를 시행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침치료와 한약을 처방했는데 한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진단목적으로 초음파기구를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검찰은 한의사 A를 면허 외 의료행위로 기소하였다.

1심과 2심에서는 한의사 A가 진단초음파기기를 사용한 것은 ‘면허 외 의료행위’로 판단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한의과대학에서는 진단용의료기기 사용관련 교육과정이 지속적으로 보안 및 강화되었고, 의료계에서 초음파 진단기기는 안전하고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사가 진단보조를 위해 초음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이고, 동시에 이와 같은 행위가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를 적용하거나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하다고 명백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고, 현대의 진단용 의료기기는 의사만이 독점적으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무죄취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 다만 이와 같은 판결은 한의사가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진단용 의료기기에 한정하여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더라도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부가설명을 하였다. (대법원 2022.12.22. 2016도21314판결)

이와 더불어 대법원에서는 기존에는 한의사의 면허 외 의료행위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1) 관련 법령에 금하는 규정이 있는지, 2) 의료기기의 개발 및 제작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3) 해당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를 응용 또는 적용한 것인지, 4)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였지만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1) 해당 법령에 금하는 규정이 있는지, 2) 한의사가 사용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3)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는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즉, 기존에는 ‘면허범위’라는 기준에 초점을 맞추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진단하는 행위는 면허범위를 벗어난 것이고 오진가능성이 있어 국민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한 반면 이번 판결은 현대 진단의료기기 사용이라는 의료행위가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초음파 진단기기자체는 위해성이 적고 보조적 진단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민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부수적으로 1) 의사와 한의사에게 각각 다른 면허를 부여하고 있는 이원화된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부가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원적 의료체계에 반하고, 한의과대학에서 교육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교육정도를 감안하면 제대로 훈련을 받지 않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경우 오진 등 보건위생상 위해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고 2) 만약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이는 제도적 및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 반대의견도 제시됐다.

이번 판결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합법화된다면 이에 대한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에 대하여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한 신문사와의 통화에서 한의사가 초음파기기를 사용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한의과 행위 목록에 등재하는 절차를 걸쳐 건정심 산하 전문평가위 평가를 거친 후 급여든 비급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절차가 해결되기 전까지 한의사는 비록 초음파 진단장비를 사용하더라도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서양의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초음파기기를 금지규정이 없고 보건상 위해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한의사의 기기사용을 허용하는 이번 판결이 납득이 잘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고 반대의견에서 제시한 근거와 논리가 좀더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개인의견과 상관없이 이번 대법원판결에서 면허 외 의료행위인지에 대한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앞으로 한의사가 현재 의사들이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던 여러 비침습적인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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