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모님은 한사코 병원 안 가려 할까?

[박문일의 생명여행] (47)부모님을 병원으로 모시는 방법 5가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올해에도 건강검진을 하실꺼지요?”라고 물어보면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여러 원인들이 있겠지만, 그 중 일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병이 발견될까봐 무서워서…”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미루면 3개월, 6개월은 금방 지나가며 1년도 훌쩍 넘어가곤 한다. 자칫 숨은 병이 커질 위험이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진다. 특히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이런 경향이 있다.

우리 부모님을 한번 생각해 보자. 고령의 어르신들은 일반적으로 병원 가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어머니가 1년 동안 무릎이 아파서 절뚝거리고 있다는 사실이 답답해 의사를 만나도록 설득하기가 의외로 어려울 수 있다. 과체중인 아버지는 병원을 가자는 자식의 말에도 주저하신다. 부모가 자녀의 말을  받아들이기는 이처럼 어렵다.

부모님의 건강이 걱정된다면 우선 건강에 대한 대화를 시작해보자. 아버지나 어머니가 습관을 바꾸거나 의사를 만나거나 더 나은 관리를 하도록 해보자. 이런 대화의 시작은 1년 중 언제가 가장 좋을까? 새해가 시작되는 지금, 1월이다.

부모님들은 왜 의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할까?  어머니들보다는 아버지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 많은 남성들이 실제 매년하는 건강검진을 거부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미국의 자료이기는 하지만 남성이 2년 동안 의사를 만날 확률은 여성의 절반이다. 남성은 또한 5년 이상 의사를 피할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았다고 한다. 슬프게도 남성들은 건강을 챙기기보다 의사의 진료를 기피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버지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두려움을 감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의 올란도(Orlando) 건강센터에서 실시한 전국 조사에 따르면 남성이 의사진찰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22%는 너무 바빠서 갈 수 없다.

-21%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내는 것이 두렵다.

-18%는 불편한 검사(예: 전립선 또는 직장)를 받고 싶지 않다.

-8%는 의사가 불편한 질문을 할까봐 두렵다.

-7%는 자신의 몸무게를 확인하기 위해 저울에 올라가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이같은 자료를 찾지 못했는데 아마 미국의 실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아버지가 “의사를 만나봐야 소용이 없다”고 말하더라도 속마음은 진료하러 가는 것이 상당히 불편할 수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완고한 태도는 자신의 무서움을 가리는 방법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모님과 건강에 대하여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까?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요령을 알려준다. 새해에 부모님과 만나게 되면 다음과 같이 해보자.

첫째, 부모님과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건강 주제에 가장 잘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약간 시간을 할애하자. 당신의 안녕을 염려하기에 자식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부모님에게 걱정거리가 있는지 물어본다. 아버지는 건강하다고 확신할 가능성이 있지만, 사실은 확신이 아닌 과신이다. 늙거나 죽는 것을 두려워할 가능성이 더 높다. 지금까지 집안에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아버지는 몸이 쇠퇴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가족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선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는지 따듯하게 물어보고 이야기할 의향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부모님의 건강에 변화가 생겼다면 부드럽게 사실을 지적하라. “아버지, 이번 달에 두 번넘어지셨다면서요.” 또는 “엄마, 언덕에 올라갈 때 숨이 가빠지는 것 같아요” 등이다. 이렇게 부모님들에게 일어났던 사실에 대한 정확한 지적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부모님들이 문제를 축소하거나 주제를 바꾸려고 해도 놀라지 말라. 우리의 부모님들은 원래 그래 오셨으므로.

넷째. 자신인 ‘나’의 감정을 표현하라.  “왜 아버지는 그렇게 건강을 과신하세요?” 또는 “왜 엄마는 자신을 돌보지 않아요”라고 말하면 부모님이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나는 왜, 엄마 아빠가 몇 년 동안 의사를 만나지 않는지 정말 걱정돼요”와 같은 ‘나’ 진술에 충실해야 한다. 한 번의 대화 후에 부모님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당신의 말이 이해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첫 번째 대화 후 잠시 기다렸다가 나중에 다시 부드럽게 우려 사항을 제기해 보자.

다섯째. 신뢰할 수 있는 다른 사랑하는 사람의 도움을 구하라. 특히 아버지들은 자녀의 건강관련 조언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필요한 경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동원해보자. 아버지 설득에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보고, 어머니 설득에는 아버지, 또는 기타 가족, 친구 또는 심지어 성직자의 말을 더 기꺼이 들어줄 수도 있다.

위의 여러가지 방법들도 요긴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의사를 만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실제로 병원을 찾아오는 많은 어르신을 경험한 결과다. 어르신은 스스로 병원에 가기부터 힘들다. 예약부터, 집을 나와 병원을 찾아가기까지 난관의 연속이다. 병원을 찾아와서도 해당 진료과를 찾아 가는 것은 또 다른 난관이다. 보호자 없이 혼자 병원을 찾아와 어쩔 줄 몰라하며 덩그러니 의자에 앉아있는 어르신을 많이 보아왔다. 자식이나 지인이 함께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부모는 우리 삶의 첫 부분을 안내하는 등불이었다. 우리가 건강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고, 아버지는 우리가 조금만 아파도 한밤중에 병원으로 달려갔으며, 어머니는 우리가 이가 아파할 때도  발을 동동 굴리며 안타까워하셨던 분들이다. 당신의 만족스러운 삶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려온 분들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소설가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은 “신이 어디에나 함께 하지 못하기에, 어머니를 만드셨다(God could not be everywhere, and therefore he made mothers)”고 했다.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 부모도 나이를 먹는다. 우리의 부모가 슈퍼히어로에서 인간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격할 때 전환점이 온다. 아직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는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하고 한살씩 더 먹는 새해에는 부모님 건강부터 챙겨드리자. 신정도 좋고 구정도 좋다. 모든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 더욱 가족 사랑으로 충만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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