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에 화들짝… ‘콜 포비아’ 벗어나고 싶다면?

중년층 이상도 음성통화 부담 늘어... '노출요법'으로 개선

음성통화에 두려움을 느끼는 콜 포비아 환자들은 ‘노출 요법’을 통해 증상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 [사진=JV_I010/게티이미지뱅크]
음식을 주문할 땐 배달앱, 식당에선 키오스크, 마트에선 셀프계산대를 사용하는 등 일상에서 다른 사람과 직접 대화를 나눌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온라인 환경에 친숙한 젊은 세대에게 코로나19 팬데믹은 비대면의 일상화를 더욱 다지는 계기가 됐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게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느끼는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MZ세대는 소통 수단으로 SNS를 가장 선호(65.5%)한다.

젊은 세대만이 아니다. 중년층 이상도 스마트기기 사용에 익숙해지면서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콘텐츠학회저널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스마트폰 상용화로 음성통화보다 메시지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지고 있다. 문자나 메일 등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있지만, 음성통화는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불안 수준이 높거나 전화 통화와 관련한 트라우마가 있을 때 콜 포비아에 이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처럼 전화통화를 하는 데 두려움이나 불안감 등을 느끼는 것을 ‘콜 포비아(전화 공포증)’라고 한다. 전화를 뜻하는 ‘콜(call)’과 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Phobia)’의 합성어로, 정신의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정식 질병명은 아니다. 환경이 변화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사회공포증의 일종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한다. 콜 포비아가 있으면 심리적 어려움과 함께 식은땀, 두통, 심박동수 증가, 수면장애 등 신체적 증상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전화가 울렸을 때 단순히 받기 싫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지만, 극도의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식은땀이 나기도 하고 전화가 언제 울릴지 몰라 하루 종일 긴장 상태에 머무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해야 새해에는 전화 공포증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가상훈련을 추천한다.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전화 통화 상황을 설정하고 대화 훈련을 해보는 것이다. 가상훈련 이후에는 가족, 친구 등 상대적으로 덜 불편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부터 좀 더 불편한 사람 순으로 조금씩 통화 범위를 넓혀나간다.

이 같은 방법을 ‘노출 요법’이라고 하는데, 이는 불안장애 환자 등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행동치료다. 불안을 느끼는 대상이나 환경에 점진적 혹은 단계적으로 노출되면서 불안과 공포를 줄여나가는 방법이다. 공포증, 강박장애, 불안장애 등에 대한 노출 치료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가상현실 등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기반으로 환자의 인지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디지털 치료제’가 주목받는 것도 가상훈련이 정신장애를 개선하는 효과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노출 요법을 시행하기 어렵다면, 또 트라우마 등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면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보도록 한다. 전문가 상담치료만으로 증상이 개선될 수 있으며, 자신의 상황에 맞춰 약물치료와 행동요법을 병행하며 증상을 개선해나가는 방법도 있다.

뒤늦게 방역을 완화한 중국에서 최근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내년 봄쯤이면 상당 부분 일상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환경보다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활동이 활성화될 예정인 만큼, 남은 겨울은 소통 이슈를 해결하는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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