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팔메토 먹는데도 ‘아바타’ 다 못보고 “찔끔” ?

전립선비대증 방치하면 위험… 전문의 찾아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중소기업 최 모 대표(61)는 최근 간호사인 딸과 함께 영화 ‘아바타’를 보러 갔다가 낭패를 봤다. 상영시간이 3시간 12분이어서 영화 상영 전에 화장실에 두 번이나 갔는데도, 2시간 뒤 요의를 느꼈다.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종영 20여 분을 남기고 아랫배를 감싸고 화장실로 뛰쳐갔다.  “다른 관람객에겐 미안했지만 바지에 지릴 수는 없어서….” 최 씨는 영화가 끝난 뒤 딸에게 “소말메토 먹고 있는데…”라고 말했다가 핀잔을 들었다.  “아빠, 그거 건강기능식품이잖아! 약을 드시든지 해야지!”

중장년을 넘기는 남성에게 ‘운명’처럼 찾아오는 전립선비대증. 삶의 질과 자신감을 ‘뚝뚝’ 떨어뜨리지만, 환자 대부분이 건강기능식품을 먹으면서 견딘다. 특히 소팔메토는 고유명사가 됐다. 최근엔 인성 좋기로 유명한, 왕년의 최고 스타가 광고하는 탓인지 많은 환자가 믿고 복용한다.  의학계에선 그 건기식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내린지 오래다.

건기식이 증상을 없애주리라 먹고 복용하다 치료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특히 겨울에는 전립선비대증을 방치하다가 요로가 막혀서 배가 퉁퉁 부어오른 채로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는 환자도 종종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신장, 방광 기능이 떨어져 목숨을 위협받기도 한다. 실제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전립선비대증 때문에 신장 기능이 망가져 숨졌으며 국내에서도 매년 이 때문에 숨지는 환자가 생긴다.

▼소변줄기가 시원하지 않으면 소팔메토?=소팔메토는 톱야자수(Saw Palmetto)란 뜻이다. 서구에서 이 식물에서 추출한 로르산(Lauric acid)이 전립선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선 건기식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원산지가 아메리카가 아닌 경우도 있으며 일부 건기식은 코코넛 오일이나 팜유에 있는 로르산으로 만들기도 한다.

의학계에서는 소팔메토가 효과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배리 박사팀은 2011년 소변 보는 데 문제가 있는 45세 이상 남성 369명을 대상으로 한 이중맹검 조사에서 소팔메토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했다. 이에 앞서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스티븐 벤트 박사팀은 49세 이상의 전립선비대증 환자 225명에게 소팔메토를 복용하도록 했으나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를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공적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연구진이 지난 9월 한국과학기자협회의 의뢰로 소팔메토를 복용한 사람들의 전립선 증상점수, 최대 소변 속도, 야뇨, 잔뇨량, 전립선 크기 등을 지표로 효과성을 확인했더니 위약을 복용한 그룹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

▼그렇다면 어떻게?=소변 때문에 불편하다고 느끼면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지 말고 비뇨의학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약과 수술 등으로 치료한다. 증상이 심각하지 않으면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남성호르몬 억제제, 전립선이 감싸고 있는 요도와 방광 입구의 긴장을 줄여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알파차단제 등의 약을 복용케 한다. NECA의 연구에서도 소팔메토 대신에 치료약을 복용한 환자들은 밤에 화장실 때문에 깨는 횟수가 줄어들고 전립선 크기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전립선의 염증과 부종을 줄여줘 비대증을 누그러뜨리는 신약이 단독 또는 병용요법으로 처방되고 있다. L-글루탐산, L-알라닌, 글리신 등 3가지 성분이 함유된 이 약은 임상시험에서 전립선비대증에 의한 배뇨곤란과 잔뇨, 빈뇨 등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요법을 곁들이면 약 효과가 배가된다. 전립선 건강을 위해선 밤에 물을 많이 마시지 않고, 충분한 스트레칭을 하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며 채소와 과일을 가까이 해야 한다. 겨울 추위에는 교감신경이 반응해서 혈관과 근육에 영향을 미쳐 요로가 폐쇄되기도 하기 때문에 낮에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고, 내의를 입도록 한다. 외출할 땐 모자와 장갑을 착용한다.

비만과 고콜레스테롤 농도도 전립선을 악화시키므로 기름진 음식을 삼간다. 과음은 염증을 심화하므로 술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겨울엔 감기약의 항히스타민제가 소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감기약을 처방받을 땐 의사에게 배뇨에 문제가 없는 약을 처방해 달라고 부탁한다.

약이 안 듣거나 급성요로폐쇄가 자주 생기는 환자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내시경을 통한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의 가장 보편적이며 최근에는 국소 마취 아래 시행되는 레이저 치료법도 보급되고 있다.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조강수 교수는 “전립선비대증 탓에 소변 보는 데 문제가 있다면, 건기식에 의존하며 혼자서 병을 키울 것이 아니라 집 부근의 전문의를 찾아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생활이 크게 불편하거나 증세가 심하다고 느끼면 하루빨리 병원을 찾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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