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보이 증후군’?…유전자 치료로 새 삶

ART-SCID 어린이 환자 10명 면역체계 재건 유전자 치료 성공

중증복합면역결핍증(SCID)은 태어날 때부터 면역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12년 동안 항균 투명 플라스틱 버블에서 살다 골수이식 실패로 숨진 데이비드 베터(1971~1984)의 사연이 유명해지면서 버블 보이 증후군으로도 불린다. [사진=영화 ‘버블 보이’ 스틸컷]
면역체계 없이 태어난  어린이 10명이 유전자 치료로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됐다는 의학 보고서가 발표됐다.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JM)》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이들 어린이들은 ‘버블 보이 증후군’으로 불리는 중증복합면역결핍증(SCID)의 하나인 아르테미스결핍 중증복합면역결핍증(ART-SCID) 환자다. SCID는 태어날 때부터 면역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12년 동안 항균 투명 플라스틱 버블에서 살다 골수이식 실패로 숨진 데이비드 베터(1971~1984)의 사연이 널리 알려지면서 버블 보이 증후군으로도 불린다.

SCID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모두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백혈구인 B세포와 T세포를 생산하지 못한다. 이런 아이는 누구나 걸리는 평범한 질환도 치명적일 수가 있다.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하면 SCID를 가진 아이는 보통 2년 이내에 사망한다.

현재의 표준 치료법은 백혈구를 만들어주는 골수를 이식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기증자는 동일한 면역체계를 지닌 형제자매다. 하지만 ART-SCID 환자에게는 심지어 형제자매의 골수를 이식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베니오프 소아병원의 모튼 코완 교수는 말했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그는 “ART-SCID환자의 경우 골수이식이 성공하더라도 면역체계의 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의 재구성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SCID는 미국에서 6만5000명의 신생아 중 1명 정도에게서만 발생하는 희귀병이다. ART-SCID는 그런 SCID 사례의 2,3%만 차지할 정도로 희귀하다. 주로 미국 원주민 중 아파치와 나바호 혈통에서 발생한다.

골수 이식만이 SCID의 유일한 선택은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유전자 치료법은 가장 흔한 형태인 ‘X염색체 관련 SCID’는 물론 아데노신 탈아미노효소 중증복합면역결핍증(ADA-SCID)으로 태어난 어린이들에게 밖에서 뛰놀 자유를 선물해줬다.

코완 교수와 동료들은 그 뒤를 이어 가장 희귀한 ART-SCID를 가진 10명의 아이들에 대한 유전자 치료로 초기 성공을 거뒀다고 보고한 것이다. 이 유전자 치료를 받은 10명의 아이들은 아직 5세 미만으로 탁아소나 유치원에 다니고 밖에서 노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핵심 기술은 ART-SCID 아이들로부터 골수 줄기세포를 제거하고, 아르테미스 유전자의 기능적인 복사본을 그 줄기세포에 삽입한 뒤 다시 몸에 주입하는 것이다. 코완 교수는 “중요한 점은 아기 자신의 세포에 의존한다는 것으로 이는 기증자 세포를 이식할 때 발생할지 모를 위험을 피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그 위험 중에는 이식편대숙주병이라는 치명적 합병증도 포함되는데 새롭게 이식된 면역체계가 그 사람의 신체 조직을 이질적 병원체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논문을 검토하고 관련 사설을 쓴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배성연 박사는 “이 연구는 이 희귀하고 파괴적인 유전적 장애를 가진 환자들에게 획기적 돌파구”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기증자 대신 환자 자신의 세포를 사용하는 혁신적인 접근법은 안전성, 효능, 잠재적인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X염색체 관련 SCID 유전자 치료법으로 24명의 아이들을 치료한 미국 세인트주드아동연구병원의 스티븐 갓초크 골수이식 및 세포치료학과 학과장도 “아이들이 일상적인 예방 접종에 정상적으로 반응했고,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처럼 감기에서 회복했다”면서 훌륭한 성과라고 자찬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이 X염색체 관련 SCID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명 모두 장기적 관점에서 안심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 가지 큰 질문은 유전자 치료가 영구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갓초크 교수는 “치료라는 단어는 함부로 쓰기엔 너무 강한 단어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RT-SCID 어린이 환자 10명은 몇 년 째 경과를 관찰했는데 모두 T세포와 B세포를 생산했다. 2년 이상 추적 관찰된 6명 중 5명은 완전한 T세포 면역력을 보였다. 4명은 항체 주입을 받는 것을 멈출 만큼 충분한 B세포 복원에 성공했다.

코완 교수는 이는 골수 이식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이 유전자 치료가 ART-SCID를 가진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장기적인 문제인 발육부진, 만성 폐질환, 비정상적인 치아의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X염색체 관련 SCID에 대한 초기 유전자 치료법은 잠재적 위험을 보여줬다. 수정된 유전자를 세포에 삽입할 때 암을 촉진하는 유전자를 발현시킬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일부 환자에게 백혈병을 유발했다. 그 이후로 개선된 기술로 치료를 받은 아이들에게 아직까지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갓초크 교수는 말했다.

아직까지는 SCID에 대한 유전자 치료는 실험단계이기에 아이에게 맞는 골수를 제공할 수 있는 형제자매 기증자가 없을 때만 고려된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더 많다고 코완 교수는 밝혔다. 코완 교수와 갓초크 교수는 유전자 치료가 형제자매에게서 골수이식을 받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 증명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증명하기 위해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206575?query=featured_hom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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