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악성 댓글에 취약할까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악성 댓글에 내 존재가 흔들리고 시달린다는 것은 정체성이 확고하지 않고 모호하거나 자아 개념이 확실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월드컵 스타들에게도 수많은 악플이 달린다. 소셜 미디어나 블로그, 자신 관련 기사에 악성 댓글이 달리면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 감정의 동요가 없다면 이상할 정도다.

유독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 연예인처럼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은 비난 댓글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대중의 관심과 인기가 활동과 진로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부 연예인들은 상처를 받거나, 자살까지 시도한다. 이런 사람들은 아래 특성 중 하나 이상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1) 자아 정체성이 취약하다 = 자신에 대해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데, 악플러는 “당신은 형편없고, 쓰레기 같은 존재야!”라고 단죄한다.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기보다 근거 없이 추측이나 선입견으로 비방, 비난, 정죄, 무차별 공격한다.

악성 댓글의 본질은 사람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공격이다. 이 때 자아 개념이 확실하고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댓글은 사적인 의견일 뿐, 나는 당신이 말하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흔들리지 않는다. 악성 댓글에 내 존재가 흔들리고 시달린다는 것은 정체성이 확고하지 않고 모호하거나 자아 개념이 확실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 기회를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 남을 의식하고 대중 인기와 인정에 매달리는 사람 = 비난 댓글이나 타인의 평가에 민감한 사람은 인정을 받고 싶은 의식이 강하다. 특히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은 사소한 비난이나 비방도 사회적 이미지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에 외상과 같은 수준의 충격적인 상처를 겪을 수 있다.

악성 댓글에 취약한 사람들은 흑백논리로 악성 댓글에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나의 팬들 일부가 나에게 부정적이고, 비난 댓글을 다는 것을 보니, 이제 내 인생은 망했다. 나는 이제는 연예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All or None’ 식으로 반응하면 극단적인 공포감이나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나를 비난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은 나를 인정하고 좋아해.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하지 말자.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은 불가능해!”라는 ‘More or Less’ 식으로 반응하면 견딜 만하다.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고 존경하면서 자신감을 가지면 악성 댓글에 저항하는 힘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 목맬 필요가 없다.

3) 정서적 결핍이 있는 사람 =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정서적인 지지와 애정을 받지 못한 사람은 대인 관계에서 상대방에게서 애정과 정서적인 지지를 추구하는 삶을 살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정서적인 지지와 공감을 갈구하면서 자신감이 부족하기에 대인 관계에서도 상대방이 부정적인 말을 하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악성 댓글 게시자는 약점을 이용해서 그 사람을 조정하고 정서적인 착취를 시도한다. 따라서 비난 댓글이나 부정적인 댓글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상담하면서 느낀 건 누구도 어린 시절에 완벽한 부모 밑에서 성장해서 완벽한 안정 애착을 누리고 사는 사람들은 없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못 받은 정서 결핍은 아쉽지만, 이제 과거로 돌리고 성숙한 성인으로서 자신을 스스로 안아주고 격려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좋은 친구나 애인, 부부와 같은 친밀한 관계를 통해서 애정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건전하게 결핍감을 충족해야 한다.

4) 자존감이 취약한 사람 = 자존감이란 자신이 한 인간으로서 존재 가치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자신감이 적거나 취약한 사람은 외모, 학력, 사회적인 지위 등 상대적 조건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하고 한다. 상대방의 부정적인 댓글이나 비난 댓글이 자존감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쉽게 흔들리고 상처를 받는다. 자존감이 건강하고 높은 사람은 외부의 조건적인 평가에 영향을 덜 받고 스스로 자신에게 부여하는 가치관을 중시하기에 다른 사람의 왜곡된 말이나 행동에 덜 영향을 받는다.

5) 자아 탄력성이 취약한 사람 = 자아 탄력성은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비난 댓글이라는 부정적인 역경을 만났을 때, 자아 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순간적 충격이나 상처에도 불구하고 곧장 자신감을 회복해 사회적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한다. 비난 댓글이나 상대방의 모함, 왕따에 시달리면서 오랜 시간 버텨 온 사람들은 탄력성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 필요가 있다. 이제 이렇게 쌓아온 내공을 어려운 역경을 극복하는 힘으로 활용한다면, 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6) 심각한 불안을 경험할 가능성이 많은 사람 = 이런 사람은 주위에서 비난 댓글이나 부정적인 댓글이 없어도 혹시나 자신을 남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 있는데, 비난 댓글을 경험하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증폭되어서 공포심, 공황 장애를 경험할 확률이 높다. 평소에 불안증이 있으면서 악성 댓글에 시달리면 반드시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7) 평소 우울장애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 =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집착하거나 자신, 세계,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와 인지 왜곡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무력감과 절망감을 느끼고 심한 경우에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 비난하는 댓글을 만나면 생명이 위험하기에 이러한 사람들은 필수적으로 약물을 포함한 심리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비난 댓글을 경험하면 초기에는 악성 댓글자를 고소하기도 하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노력을 한다. 비난 댓글의 공격이 지속되면 어느 한순간 차라리 죽음으로 악성 댓글 게시자들에게 복수하려고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 즉 “나는 죽음으로 내가 옳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또는 “내가 죽으면 너희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지만, 내 죽음에 대한 원인을 너희들이 제공했기에 너희들은 살인자라는 죄책감을 느끼고 살아봐!”하는 심정으로 자살을 택할 수 있다.
악성 댓글은 사실이나 진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가짜 정보나 왜곡된 개인의 생각에 근거한 인신공격인데 저질 정보 때문에 귀한 생명을 버리는 자살을 시도해서는 절대 안 된다.

– 악성 댓글과 생명을 절대로 바꿀 수 없다.
– 성폭력 같은 외상을 경험해도 그러한 경험과 생명을 바꿀 수 없다.
– 주위에서 억울하게 모함을 받아도 모함과 하나밖에 없는 생명과 바꿀 수 없다.
– 나의 생명은 천하에 하나밖에 없고, 아무도 나라는 존재를 대치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생명 임을 알아차리자.

    채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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