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프면 스스로 요양병원에 가야 하나?

[김용의 헬스앤]

요양병원 입원을 놓고 환자나 가족이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도록 개선책을 서둘러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이 글을 통해 ‘간병’이나 ‘요양병원’ 이야기를 자주 다루고 있다. 그 때마다 “나에게도 곧 닥칠 일”이라며 후속 기사를 요청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다. 많은 중년 분들이 나이 든 부모, 시부모 간병 때문에 속앓이를 한다. 양가 부모님들이 동시에 중병을 얻으면 큰 일이다. 두 집을 오가며 부모님들의 건강을 살펴야 한다. 언제부턴가 거동이 불편할 정도의 병이 있으면 요양병원을 떠올린다. 아프면 요양병원 입원이 일상이 된 세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요양병원에는 나이든 치매 환자만 있는 게 아니다. 40~60대 ‘젊은’ 환자들도 크게 늘었다. 최근 뇌졸중(뇌경색-뇌출혈)이 증가하면서 한 쪽 몸 마비, 언어장애, 시력장애 등을 가진 분들이 입원해 있다. 교통사고로 거동이 매우 불편해 재활치료를 받는 분들도 있다. 이 분들은 정신이 멀쩡하다. 혼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요양병원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나도 뇌졸중이나 교통사고 후유중이 심하면 요양병원에 입원해야 할까? 가족들이 먼저 나의 요양병원 행을 입밖에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가족들에게 “요양병원에 가겠다”고 말해야 할까? 문제는 간병이다. 화장실 가는 것조차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집에 머물면 가족들의 일상이 엉망이 될 것이다.

수많은 환자들이 밀집해 있는 요양병원-시설은 대표적인 감염 취약시설이다. 3년여 동안 코로나19 전체 사망자의 절반이 이 곳에서 나왔다. 코로나 유행이 아니더라도 폐렴 등 호흡기 감염병으로 위험에 빠지는 환자들이 많다. 폐렴은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들에겐 사망 위험이 높은 무서운 병이다. 어느새 요양병원-시설이 ‘위험한 곳’이 됐다. ‘현대판 고려장’이란 말도 나온다.

요양병원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특히 건강보험으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악용하는 일부 불법 개설자들이 큰 문제다. 이른바 ‘사무장 요양병원’이다. 이들은 의사 등 의료인만 운영할 수 있는 요양병원을 명의만 빌려 개설한 ‘사업가’다. 들어간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경영인일 뿐 환자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불법 개설된 요양병원이 빼돌린 돈은 1조 7334억 원이나 된다. 하지만 되찾은 돈은 6.79%에 불과하다. 불법 개설자들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호화생활을 하며 교묘하게 재산까지 은닉해 징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요 요인이 바로 불법 요양병원이다. 우리가 낸 건보료로 번 돈은 투자를 통해 더욱 안전하고 위생적인 요양병원으로 바꾸는 데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불법을 예사로 여기는 사업가들에게 이를 기대할 순 없다. 환자를 위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재활을 위해 입원했다가 오히려 다른 병을 얻어 생명이 위태롭게 될 수도 있다.

갈수록 치매, 뇌졸중 환자가 늘면서 요양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돈벌이가 되니’ 우후죽순 요양병원이 생기고 있다. 물론 의료기관도 이윤을 창출해야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다. 당연히 수지타산을 맞추는 의료 경영이 필요하지만 운영 목표 1순위는 환자 안전이다. 요양병원이 안전한 곳이라면 입원하는 날 환자나 가족이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간병비 문제도 발등의 불이다. 간병비가 치솟아 성실한 전담 간병인을 채용하면 월 4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비용을 아끼려면 4~6인이 빼곡히 들어찬 병실에서 여러 명을 동시에 돌보는 간병인을 쓸 수밖에 없다. 코로나가 한창 유행할 때 출퇴근하는 간병인에게서 감염되는 사례도 있었다. 그런데도 환자, 가족들에게만 엄격한 방역 잣대를 들이대 한동안 손도 못 잡는 ‘유리창 면회’를 해야 했다.

요양병원이 쾌적하고 안전한 재활병원으로 거듭 나면 ‘현대판 고려장’이란 말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요양병원 입원을 놓고 환자나 가족이 서로 눈치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회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요양병원-간병비 문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 요양병원으로 번 돈은 다시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규제만 능사가 아니다. 지원할 것은 지원해야 한다. 불법 개설 요양병원이 원천적으로 들어서지 못하도록 뿌리를 뽑아야 한다.

내가 거동을 못할 정도로 아프면 스스럼 없이 “요양병원 가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멀쩡한 정신으로 4~6명이 종일 신음하고 기침을 해대는 좁은 공간에서 견딜 수 있을까? 3년여 코로나 유행 기간 동안 요양병원-시설의 민낯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호흡기 감염병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그때도 안전하고 위생적인 요양병원-시설 타령을 할 것인가.

    김용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