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 뉴기니인들의 특별한 면역력, 어떤 비밀이?

3,4만 년 전 멸종한 데니소바인의 DNA를 물려받아 염증반응을 경감시켜

파푸아 뉴기니인에게서 발견된 데니소바인의 변이체들이 병원체에 대한 면역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근체에 많이 위치해 있음을 발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데니소바인은 네안데르탈인처럼 현생인류와 조상이 같은 고대인류다. 시베리아와 우랄‧알타이 산맥, 동남아시아와 남서태평양 일대에 살다가 약 3,4만 년 전에 멸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생인류의 유전자의 2%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있는 것처럼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도 파푸아 뉴기니인과 솔로몬제도 등의 멜라네시아인에게 일부 남아있다. 그 유전자를 분석해본 결과 이렇게 전달된 유전자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플로스 유전학(PLOS Genetics)》에 발표된 호주와 파푸아 뉴기니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10년 전부터 파푸아뉴기니와 남서태평양 일대의 멜라네시아의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데니소바인으로부터 DNA의 최대 5%를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유전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도움을 줬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연구진은 인도네시아 게놈 다양성 프로젝트의 일부로 확보된 파푸아 뉴기니 출신 56명의 유전자 데이터와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함께 발견된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비교했다.

그 결과 파푸아 뉴기니인들에게서 단일염기 다형성(SNP)으로 알려진 8만2000개의 유전 변이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빈도로 관찰됐다. SNP는 DNA 염기서열의 한 부분에서 개체에 따라 다른 변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DNA 복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변이다. 따라서 이들 유전변이가 데니소바인으로부터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연구진은 인간의 여러 조직에서 다양한 기능에 유전자를 연결하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이러한 변이를 찾았다. 예를 들어 근처 유전자의 단백질 생산을 촉진하거나 향상시키거나, 그 기능을 차단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는 면역 관련 유전자 변이에 집중했다. 이런 변이는 특정 환경의 특정 병원체에 대한 면역 체계를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면역반응이 너무 강하면 감염 자체만큼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파푸아 뉴기니인에게서 발견된 데니소바인의 변이체들이 독감과 치쿤구니아(뎅기열과 비슷한 바이러스감염질환) 같은 병원체에 대한 면역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근체에 많이 위치해 있음을 발견했다. 특히 OAS2와 OAS3이라는 2개의 유전자에 의해 생성된 핵별구 관련 단백질의 발현과 관련한 8개의 데니소바인 유전자 변이의 기능을 테스트했다. 8개 중 2가지 변이가 감염이 발생했을 때 작동하는 면역체계의 일부인 사이토카인을 조절하는 단백질의 전사 또는 생산을 낮춰 염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경감된 염증 반응은 파푸아 뉴기니인들이 그 지역에서 마주쳤을 새로운 감염병을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됐을 수 있다.

종합해보면 데니소바인의 유전자 변이체가 현생인류가 주변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면역 반응을 미세 조정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책임자인 호주 멜버른대의 아이린 갈레고 로메로 교수(인간진화학)는 “감염병이 많은 열대 지방에서는 면역반응을 조금 낮추고 과잉 반응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견은 유럽인들에게서 발견되는 네안데르탈인 변이의 역할에 대한 종전 연구와 일치한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자넷 켈소 연구원(컴퓨터생물학)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같은 고대 인류의 DNA 연구를 통해 현생인류가 해당 지역에 오랫동안 살아온 고대인류와 짝짓기를 통해 현지 환경에 유리한 유전자를 빠르게 습득했음이 밝혀졌다”라고 말했다.

미국 시카고대의 루이스 바레이로 교수(인간유전학)는 이번 연구가 이러한 종류의 유전자 교환이 “인간이 어떻게 새로운 도전, 특히 병원체에 빠르게 적응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메커니즘”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데니소바인의 유전자 변이체가 실제로 파푸아 뉴기니인들에게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생존하는 데 더 나은 기회를 주는지 여부는 추가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조슈아 에이키 교수(인구유전학)는 이번 연구가 “수만 년 전에 일어난 짝짓기가 여전히 현대인의 개인적 생물학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journals.plos.org/plosgenetics/article?id=10.1371/journal.pgen.1010470)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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