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CER 꼽은 ‘부당 약가인상’에 오른 치료제는?

ICER 의약품 가격감시 독립기관...국내 약가결정에도 영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임상경제검토연구소(ICER)가 임상시험 등 근거 자료 없이 약가를 인상해 수익을 얻은 치료제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독립적인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매년 근거 없이 약 가격을 올린 회사를 분석하고 있다.

ICER은 올해 가격 인상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얻은 치료제로 바슈(Bausch)의 과민성 대장증후군 약물인 ‘지팍산'(Xifaxan)을 꼽았다고 8일 미국 피어스파마 등 외신이 보도했다. 회사는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가를 12% 정도 인상해 국가 지원 지출은 1억 7500만 달러(약 2310억원) 증가했다.

ICER은 “새로운 임상 증거 없이 자주 약가를 올린다”면서 “리베이트를 고려하더라도 상당한 가격 인상을 매년 추진하는 고비용 브랜드 의약품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존슨앤존슨의 정신 분열증 치료제인 ‘인베가 서스티나'(Invega Sustenna)는 같은 기간 7% 인상됐다. 이에 따라 1억 7000만 달러 정도의 추가 지출이 발생했다. 임상 효과를 재평가하고 의학적 진보를 장려해 환자에게 이익이 되는 가치 평가 지원에 대한 결정이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ICER는 이 결정은 환자가 아닌 보험회사 관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 암젠의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가 약가 인상으로 1억 2400만 달러 정도 추가 지출을 냈다. 다케다제약의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엔티비오’는 1억 1800만 달러, 노바티스의 빈혈 치료제 ‘프로맥타’가 9500만 달러, 오츠카의 정신분열증 치료제 ‘렉술티’ 6800만 달러, 애브비의 호르몬 치료제 ‘루프론’ 5500만 달러 등으로 목록에 올랐다.

2020년에 가장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치료제는 애브비의 블록버스터인 ‘휴미라(Humira)’ 였다. 휴미라는 그 해 9.6% 약가 인상으로 13억 9500만 달러의 추가 지출을 올렸다. 루프론과 프로맥타, 지팍산 등 3개 약물은 2년 연속 ICER 분석 목록에 올랐다.

제약사들은 잇따라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노바티스는 “환자와 간병인, 고용주, 의료 시스템과 사회 혜택 등 다양한 관점에서 고려한 가격 책정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서 “ICER의 접근 방식은 치료제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순 가격에 대한 계산도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 ICER은 의약품 가격 감시 기관으로, 보험 커버리지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미국은 보험사가 제약사로부터 처방 의약품 목록 등재에 대한 대가로 합법적 리베이트를 받고, 제약사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구매업체가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해 의약품을 처방하는 구조다. 리베이트 비용 등 유통 과정의 금액이 약가에 포함되다보니 상대적으로 약가가 높다.

국내는 의약품 리베이트가 불법이며, 제약사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미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일본 이탈리아 영국 등 7개국의 의약품 가격을 참고해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약가가 결정된다.

 

    장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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