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좀 크기 위해” 다리뼈 부러뜨리는 젊은이들

수술비 비싸고 고통 심하나, 고민 끝 선택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아 고민이었던 사람들은 꿈 속에서 키 크는 꿈을 꾸기도 한다. 뼈를 늘려 키를 키우는 ‘힘든 수술’에 도전하는 젊은이, 특히 남성이 적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국 청년 루이스는 키가 약 165cm(5피트 5인치)였다. 그 나라 남성의 평균 키에 약 10cm 못 미친다. 남성 10명 중 9명은 그보다 키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10대에 성장판이 멈춘 루이스는 외출할 때면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곤 했다. 성인이 된 어느 날 그는 데이트 앱에서 마주친 한 여성에게 모멸을 당했다. 그녀는 “당신은 좋은 사람이지만, 키가 좀 더 컸으면 좋겠다”며 퇴짜를 놨다.  루이스는 자존심이 무척 상했고, 데이트 앱이 키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며 분개했다. 이후 한참 동안 우울증 치료제까지 복용했다. 그는 고민 끝에 ‘골 연장 수술’을 받기로 했다. 이 수술은 다리를 부러뜨린 뒤 뼈를 늘리는 방식으로 키를 키운다. 고통스럽고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루이스는 아픔을 감수하고 수술을 받았다. 키가 약 7.6cm 늘어났다.

‘평균 키’에 대한 간절한 욕망, 고통과 번거로움 마다하지 않아

최근 주로 젊은 남성들이 키를 늘리는 수술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정형외과 의사인 도르 페일리 박사는 골 연장 수술 경험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키 늘리는 수술에 대한 문의 전화가 5년 전 하루 1건꼴에서 최근 하루 6건꼴로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수술 후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켜 찾아오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골 연장 수술은 의료공학의 산물로 다양한 기술과 장치를 사용해 이뤄진다. 불안정한 골절을 안정시키기 위해 특수 인체용 못(텔레스코픽 못)과 막대를 쓴다. 이 못을 박을 땐 뼈를 반으로 부러뜨려야 한다. 수술 후 다리에 대는 장치는 자기장을 생성한다. 그 덕분에 못은 부러진 뼈를 끌어당긴다. 새로운 뼈 조직이 부러뜨린 뼈 사이의 간격을 메우기 위해 새로 생긴다. 이런 수술 및 관련 시술을 다 받으려면 여러 주가 걸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참 동안 휠체어를 타야 한다. 몇 달 동안 물리치료를 받아 근육이 적응하는 데 도움도 줘야 한다.

수술 범위, 의사에 따라 비용 천차만별…수천만원에서 3억6300만원까지

골 연장 수술을 통해 키가 작은 사람은 일반적으로 양쪽 허벅지뼈(대퇴골)를 최대 약 8cm(3.1인치)까지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정강이뼈(경골)를 최대 약 5cm(2인치)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도 없지 않다. 다리 골절 때문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의사인 페일리 박사는 매년 12명 정도의 영국 환자를 수술한다고 밝혔다. 그는 양쪽 허벅지뼈 수술에 약 1억2600만원(9만5500달러)을 청구한다. 2년 동안의 일정으로 다리의 뼈 4개를 모두 늘려 키를 약 16cm(6.2인치) 키운 수술에 대해선 약 3억6300만원(27만5000달러)을 청구한다. 하지만 영국의 일부 외과의사들은 양쪽 허벅지뼈 연장 수술비로 약 8015만~1억1221만원(5만~7만 파운드)을 받는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미국인(32세)은 튀르키예(옛 터키) 이스탄불에서 골 연장 수술을 받고 약 6600만원(5만달러)을 냈다. 그는 이 수술로 다리 뼈 4개를 늘려 키가 약 177cm(5피트 8인치)에서 약 183cm로 커졌다. 이를 위해 그는 주당 80시간 뼈빠지게 일했고 은행에서 대출도 받아야 했다.

수술 합병증 위험, 무릎교체 수술의 2배… 중국선 불법화…

페일리 박사는 “골 연장 수술을 제대로 경험하지 않은 일부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합병증에 대한 인식도 거의 없이 이 분야의 전문가로 자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합병증으로는 감염, 혈전(피떡) 형성 등을 들 수 있다. 관절 탈구 및 막대로 인해 배출된 지방이 폐에 들어가는 치명적인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페일리 박사는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는 “중국에서는 2006년 시술의 문제점이 드러난 뒤 키 늘리는 수술이 불법화됐다”고 말했다.

영국 에든버러대 의대 하미시 심슨 교수(정형외과)는 “골 연장 수술이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은 무릎교체 수술의 2배나 되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키가 작은 남성들에게서 골 연장 수술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리 뼈를 늘리는 이 수술은 당초 미용적 목적에서 개발되지 않았다. 1950년대 초 당시 소련 의사 가우리일 일리자로우가 부상당한 군인을 위한 외부 고정 시스템으로 이 수술을 개발했다. 그는 1967년 소련 높이뛰기 챔피언 발레리이 브루멜을 치료한 뒤 명성을 얻었다.

당초 ‘부상 군인’ 위해 개발된 수술 기법, 미용 목적으로 변화

캐나다 출신인 페일리 박사는 1983년에 골 연장 수술을 알게 됐다. 그는 이탈리아와 러시아에서 수술 기법을 배운 뒤 1987년 캐나다에서 수술에 도전했고 이후 근거지를 미국으로 옮겼다. 골 연장 수술은 사고나 감염으로 손실된 뼈가 다시 자랄 수 있게 해줬다. 사지가 절단되지 않게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기형 또는 양쪽 다리 길이가 다르게 태어난 어린이들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이후 키가 작은 사람의 다리 뼈를 늘려 키를 키우는 수술로 발전했다. 2021년에는 특정 인체용 못(Precice Stryde nail)의 생체적합성 문제로 리콜 사태가 일어났으나 골 연장 수술에 대한 수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페일리 박사는 요즘엔 다른 인체용 못(Precice 2.2 nail)을 쓰고 있다. 그는 새로운 수술용 스마트폰 연결장치도 개발 중이다.

페일리 박사는 키를 키우는 수술에 대한 문의가 2013년 월 1건에서 2017년 월 40건, 2022년 월 200건으로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 100회 정도 수술을 집도하며 환자의 약 84%는 남성이라고 덧붙였다. 매년 전 세계에서 수천 건의 골 연장 수술이 시행되며 환자의 약 95%가 남성인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밝혔다.

“세상의 시선이 사뭇 달라졌어요” 병원에 문의 잇따라

키가 작은 남성들은 키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한다. 여성들과 온라인 채팅을 할 때 사진을 요청받은 뒤 가장 먼저 “키가 몇이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루이스는 키 커지는 수술 덕분에 영국 남성의 평균 키(175cm)와 비슷하게 변했다. 그는 “수술 후 다른 사람들이 대하는 방식이 확 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 수술을 일종의 ‘사회적 실험’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수술 전 알던 사람들이 키의 변화에 혼란을 느끼는 것 같았지만 그들은 루이스에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특히 뭇 여성들과의 데이트가 한층 더 쉬워졌다. 그는 수술로 키 작은 설움을 풀었다며 웃었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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