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의 치매 막을 수 있나? 유전자 치료법 파란불

알츠하이머병 발병 유전자인 ApoE4를 ApoE2로 대체

[사진=토르:다크월드 한 장면 ]
마블 캐릭터 ‘토르’로 유명한 호주 출신의 할리우드 스타 크리스 헴스워스는 최근 자신이 유전적으로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당분간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유전자는  ‘ApoE4‘다.

ApoE는 지질대사에 관여하는 단백질 생성정보를 지닌 유전자다. 사람에게는 크게 ApoE2, ApoE3, ApoE4 등 3가지 유형의 변이체가 있다. ApoE2를 지니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낮지만 ApoE4가 있으면 확률이 높아진다. 가장 흔한 ApoE3는 중립적이다.

부모에게서 한 쌍의 ApoE 유전자형을 물려받는데, 모두 ApoE4를 물려받는 경우는 2%로 매우 드물지만 알츠하이머병 위험도는 8~10배 높아진다. 헴스워스는 수명 연장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는 과정에서 유전자검사를 받고 자신이 2%에 해당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헴스워스 유형의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뇌에 ApoE2 유전자를 주입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유망한 결과를 얻었다. 주입된 유전자의 단백질이 임상시험 환자의 뇌 척수액에서 발견됐다, 또 알츠하이머병의 생체지표인 베타 아밀로이드(Aβ)와 타우 단백질의 뇌수치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회의에서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예비결과를 토대로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비영리단체인 ‘알츠하이머병 약물 발견재단(ADDF)’의 자금지원과 웨일 코넬 의대 로널드 크리스탈 교수(유전의학)가 설립한 바이오벤처사 ‘렉시오 테라퓨틱스’의 후원을 받은 이번 임상시험에는 5명이 참가했다. 부모에게 모두 ApoE4 유전자를 물려받았고 알츠하이머병의 첫 단계가 시작된 사람들이었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병원의 샘 간디 교수는 25년 전 이 치료법을 처음 구상했던 미국 록펠러대의 연구원 3명 중 한 명이었다. 다른 2명은 현재 웨일 코넬의대의 마이클 G 캐플릿 교수(신경외과)와 2000년 노벨의학‧생리학상 수상자로 2019년 별세한 폴 그린가드 박사였다. 이들 3명은 한 쌍의 ApoE4를 가진 사람의 뇌 환경을 APOE4 하나와 APOE2 하나를 가진 사람의 뇌 환경과 유사하게 전환하면 알츠하이머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구상을 1996년 12월 에세이로 발표했다.

당시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력이 없었다. 지금은 무해한 아데노관련바이러스(A.A.V.)를 매개체로 삼아 ApoE2 유전자의 복사본을 척수액에 주입해 뇌에 전달하게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데보라 L 블래커 박사(노인 정신과)는 가장 긍정적 데이터로 토대로 ApoE4 변이 한 쌍을 물려받은 사람이 알츠하이머의 평생 위험이 30%~55%라면 ApoE4와 ApoE2를 물려받은 사람의 위험은 약 20%로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고 밝혔다.

ApoE4가 어떻게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을 더 높이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임상시험으로 헴스워스와 같은 고위험군의 발병을 늦추거나 보호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ApoE4를 연구해온 하버드대의 유전학자 로버트 C 그린 교수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엔 임상시험의 규모가 너무 작다고 경고하면서도 해당 치료법의 개념증명을 이뤄낸 것에 대해선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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