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출동 의료진에 고강도 경찰 조사… 의협 우려 표시

의협 "자발적으로 헌신한 의료진에 불이익 안 돼"

지난 10월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발생한 참사 현장에 의료진과 소방대원들이 참사 피해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사진=뉴스1]
최근 경찰이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한 의료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헌신한 의료진에 불이익을 줄 순 없다”며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한 일부 병원 소속 재난의료지원팀(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DMAT)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 측이 이태원 참사 책임을 두고 일선 경찰과 소방서·구청에 이어 현장 구조 의료진까지 수사선상에 올린 것이다.

당시 참사 현장에는 서울·경기 14개 재난거점병원에서 총 15개의 DMAT이 출동했다. 이 중 서울권역의 H대병원과 K대병원 DMAT 소속 의료진이 4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이외 다른 병원의 1개 팀 역시 수사 요청을 받았지만 출석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대응 컨트롤타워였던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도 특수본의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소속 의료진 일부가 7시간 넘게 조사받았다.

당시 특수본은 이들 의료진이 매뉴얼에 따라 움직였는지 조사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장 의료진이 환자 분류와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했는지 △원칙적으로 보건소장이 맡는 재난 시 현장응급의료소장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현장 출동 DMAT이 현장응급의료소장의 지시를 제대로 따랐는지 등을 따져 물었다.

참고인 조사에 출석했던 일부 의료진은 언론에서 ‘책임을 어딘가에 덮어씌우려는 유도신문을 시도했다’, ‘매뉴얼을 따랐는지 추궁받았다’ 등의 격한 표현으로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일 우려를 표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는 의료진에 대한 정부의 합리적이고 상식이 통하는 조치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성명문은 “이태원 참사뿐 아니라 재난이나 각종 사고 발생 시 DMAT은 현장에 즉각 출동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면서 “의료행위는 환자 생명과 건강을 위한 선의의 행위이며, 의료인들은 환자를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DMAT을 비롯한 의료진의 책임을 추궁할 게 아니라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재난응급의료체계 개선에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의협은 △사각지대 제거를 위해 더욱 체계적인 재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DMAT 등 응급 의료진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법률적 보호장치, 국가적 보상체계 등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 법령 개정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차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은 “이번 성명은 경찰의 참고인 조사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닌 이런 조치가 재난이나 응급상황 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의료진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 참여를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려는 차원”이라면서 “의사들도 장시간 이어지는 과도한 경찰 조사에 익숙하지 않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한다면 앞으론 스스로 위축해 재난 상황에 보다 소극적으로 대응에 참여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향후 의협 차원에서 성명의 요구 내용을 지속적으로 정부에 촉구할 계획”이라면서 “이번 참사를 계기로 재난 대응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필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재난 대응 교육 노력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29일 밤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이번 참사로 총 158명의 사망자 196명의 부상자(11월 14일 오전 6시 기준)가 발생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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