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좀 보내줘”… 로맨스 스캠 당하는 이유

호감 느끼면 이성적 판단 어려워...금전 요구는 무조건 의심해야

로맨스 스캠 범죄자들은 거짓 유대감과 친근감을 형성해 상대로부터 돈을 갈취한다. [사진=cottidie/게티이미지뱅크]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이성에게 접근해 호감을 산 뒤 돈을 갈취하는 ‘로맨스 스캠’이 극성이다. 만나본 적 없는 사람에게 빠져 사기까지 당하는 과학적 이유는 무엇일까?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9일 로맨스 스캠 사기행각을 벌인 3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2020년 8월부터 2022년 1월까지 해외에서 일하는 의사, 사업가, 군인 등을 사칭해 6억5000여 만 원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 근무하는 직원 행세를 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에게 “나는 나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현재 우주정거장에 있다. 산소를 살 돈과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여권 갱신이 필요하다”며 3억 6000만 원을 챙겼다. 이처럼 어이없는 요구에 선뜻 송금하는 피해자의 심리는 무엇일까?

로맨스 스캠 범죄자는 돈을 요구하기 전 물밑 작전을 실행한다. 피해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친밀도를 높인다. 이후 ‘반했다’, ‘예쁘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내 이성적인 호감을 사고, 의사처럼 사회적 지위 등을 갖춘 직업으로 자신을 포장해 신뢰를 얻는다. 상대방과 연인 관계로 발전한 것처럼 감정 교류가 일어나도록 만든 뒤에 자신의 금전적 상황을 설명하며 돈을 요구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낯선 사람이 돈을 요구할 때 경계심을 느껴야 한다. 인간은 위험을 회피할 목적으로 낯선 존재를 경계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지낸 지 얼마 안 된 사람에게 경계심이 풀리는 순간이 있다. 바로 이성에게 느끼는 호감이다. 여기엔 ‘사랑 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토신이 영향을 미친다.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옥시토신을 뿌린 사자와 그렇지 않은 사자를 관찰한 결과, 옥시토신을 뿌린 사자는 상대적으로 낯선 사자에 대한 경계심을 많이 푸는 경향을 보였다. 먹이를 뺏기지 않으려는 사자의 공격성이 완화됐다.

사람 역시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사랑, 유대, 신뢰의 감정이 커지고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영국 웨일즈 카디프대 연구에 의하면 옥시토신 분비는 공감 능력도 높인다. 로맨스 스캠 사기행각을 벌이는 가해자는 피해자가 연민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의 사연을 늘어놓는데 이때 피해자는 상대에게 공감을 느끼고 상황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우리 뇌에서 사고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관장하는 영역은 ‘전두엽’이다. 이 부위는 사랑에 빠졌을 때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는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다 감정적으로 일 처리를 하게 된다는 것. 낯선 사람이 돈을 요구하면 사기를 의심하는 것이 이성적인 판단이지만, 사랑을 느낄 땐 감정이 앞서 로맨스 스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외로움을 많이 타며 타인에게 관심 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면 이러한 수법에 걸려들기 더욱 쉬우니 주의가 필요하다. 로맨스 스캠, 보이스 피싱, 몸캠 피싱 등 ‘쉬운 목표물(soft target)’을 타깃 삼는 범죄는 상대의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노린다. ‘거짓 친근감’, ‘거짓 유대감’ 등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현금, 가상화폐, 기프트카드 등을 요구할 땐 무조건 의심하도록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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