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건보료만 인상? 줄줄 샌 3조원.. 특단의 대책은?

불법 ‘사무장병원-약국’이 거짓으로 타낸 요양급여 환수 절실

건보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불법 의료기관이 거짓으로 타낸 막대한 돈부터 환수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강보험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직장인-은퇴자의 건강보험료만 매년 올리지 말고 줄줄 새는 건보료부터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7.09%로 올해 6.99%보다 0.1% 올랐다. 보험료율이 7%를 넘긴 건 2000년 지역·직군별 의료보험이 단일보험으로 통합된 후 처음이다. 갈수록 건보재정이 악화됨에 따라 이르면 2026년에는 법정 상한선 8%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이나 은퇴자들의 한숨 소리가 높다,

건강보험이 줄줄 새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비의료인 또는 비약사가 만든 불법 의료기관-약국이다. 의사나 약사의 명의만 빌려 운영하기 때문에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환자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도별 불법 개설기관 환수 결정 및 징수현황’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2년 10월 31일까지 이른바 ‘사무장병원-약국’이 거짓 청구를 통해 타낸 요양급여액 중 환수가 필요한 금액은 3조 1731억 여 원이나 된다. 이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금액일 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불법 의료기관-약국을 찾아내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불법 개설기관이 가져간 돈은 요양병원 1조 7334억 원, 약국 5677억 원, 의원 4604억 원 등이지만 평균 징수율은 6.79%에 불과하다. 고작 2154억여 원만 다시 찾았고 2조 9576억여 원은 아직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사무장 병원을 운영한 이들은 고급 법인차량을 가족이 사적으로 사용하며 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다. 16년간 ‘사무장 약국’을 운영하면서 264억 원을 편취한 병원장도 있었다. 브로커가 사무장과 약사 사이에서 약국 매매 및 면허 대여를 알선하고 중개 수수료를 챙긴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불법으로 챙긴 재산을 교묘하게 은닉해 징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막대한 금액도 문제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은 뒷전으로 밀린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치료와 재활을 위해 입원했다가 오히려 병이 악화되어 생명이 위태롭게 될 수도 있다. 불법 업자들이 호화생활을 하는 동안 직장인-은퇴자는 건보료 인상의 불똥을 맞을 수도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불법 개설 기관을 찾기 위해 신고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포상금 액수를 대폭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시적으로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과 공조해 은닉재산까지 샅샅이 뒤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지난 9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 46억 원을 횡령하고 외국으로 도주한 사건이 있었다. 현재까지 도주한 직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사라진 국민 세금도 찾지 못하고 있다. 건보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터무니없이 줄줄 새는 돈부터 막는 등 건보공단의 업무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에 한 푼이 아쉬운 중소기업 직장인이나 은퇴자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정책은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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