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말리는 불치병…‘뒤퓌트랑 병’이란?

50세 이후 남성에서 주로 발생하는 손가락마비질환

‘뒤퓌트랑 병’은 손가락 말림을 초래해 결국 손 모양을 갈고리 형태로 만든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1000만 명 이상이 고통 받을 정도로 흔하게 발병하는 손가락 마비 증세가 있다. 1834년 이 병의 증세를 학술지에 처음 발표한 프랑스 외과의사 기욤 뒤퓌트랑(1777-1835)의 이름을 딴 ‘뒤퓌트랑 병(손바닥 섬유종증)’이다.

이 병은 손바닥 내 근막이라는 섬유 조직이 점진적으로 조여들어 손가락 말림을 초래해 손을 갈고리 모양으로 만드는 증상을 보인다. 50세 전후 남성에게서 주로 발병하는 퇴행성 관절질환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손가락 불구증세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라며 20일(현지시간) 이 병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뒤퓌트랑 병은 손바닥 피부 아래 섬유조직에 통증을 동반한 결절(덩어리)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이 결절은 하나 이상의 손가락을 구부리기 힘들게 만든다. 주로 엄지에서 멀리 덜어진 새끼손가락과 약지, 중지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처음엔 관절염이나 건염이라고 생각하다가 손가락을 구부리기 힘들게 된 뒤에서야 병원을 찾는다.

미국 뒤퓌트랑연구그룹(DRG)의 이사인 찰스 이튼 박사는 뒤퓌트랑 병이 “가장 흔한 손가락 마비증세임에도 대부분의 사람이 들어본 적이 없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병이 워낙 천천히 진행되는데다 전체 환자의 20%만이 손가락이 심하게 구부러지기 때문이다. 10%는 손바닥의 덩어리가 저절로 사라지고 나머지 70%는 덩어리가 남아있긴 해도 손가락이 기형으로 보일정도로 휘지는 않는다.

이 병은 치료가 불가능하다. 수술과 비침습적 치료법으로 증상을 늦추는 건 가능하지만 대부분 증상이 재발한다. 손가락을 굽힐 수 없기 때문에 운전은 가능하지만 물건을 집거나 섬세한 손동작을 하는 작업을 하기 힘들기에 삶의 질이 저하된다. 아이를 안을 수도 없고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도 어렵다. 예술가, 피아니스트, 외과의사라면 경력을 이어갈 수 없게 된다.

위험 요인으로는 가족력, 노령화, 북유럽 혈통, 담배 및 알코올 사용, 발작약물 사용, 당뇨병이 있다. 또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흔하게 발생한다.

의사들은 보통 환자들이 ‘탁상 검사’를 통과할 수 없을 때 수술을 권한다. 탁상 위에 손바닥을 아래로 해서 손을 반듯이 펼 수 없는 경우다. 이런 상황이 오기 훨씬 전에 조기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뒤퓌트랑 병에 걸린 손가락을 약 1만개 치료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성형외과 의사 키스 덴클러 박사는 “치료할 수는 없지만, 손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최악 상태를 피할 수 있다”면서 “증세가 발생하면 즉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초기 증세가 나타났을 때는 손가락에 파이프 단열재나 완충 테이프를 부착하고 역도선수가 착용하는 손가락 부위가 깊이 파인 장갑을 끼고 생활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증세가 계속 나빠지면 손바닥의 덩어리를 분해하기 위한 바늘 찌르기, 손가락 관절을 유연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아교질분해효소 주사하기, 통증을 줄이고 진행을 늦추기 위해 막힌 혈류를 뚫어주는 체외충격파치료(FDA 비인가치료법) 등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러한 치료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단계가 되면 수술을 받아야한다. 손가락을 곧게 펴는데 방해가 되는 조직 절개가 포함된다. 덴클러 박사는 침습수술을 받은 환자의 25%가 5년 이내 증세가 재발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튼 박사는 “손가락 굽힘에 문제가 있을수록 침습적 수술이 효과가 크고 더 오래 지속되지만 통증, 붓기, 저림을 일으키는 신경부상과 손가락 경직 등의 영구적 합병증의 비율도 더 높아진다”면서 “침습수술을 최소화하는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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