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슬픔에서 벗어나려면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이태원 트라우마 대처법 (1)

트라우마는 과민반응과 충격의 재경험, 감정 회피 또는 심리적인 무감각증 등으로 나타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샌디에이고에서도 이태원 참사에 대해 걱정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인파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신체적 압박감을 느낄 때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공포감 절망감에 떨었다고 한다. 가까스로 빠져나와 목숨을 건진 사람에게 안도감은 잠시. 자신이 밀쳐서 누군가 희생되지 않았을까하는 죄책감과 자신만 살았다는 미안함이 뒤엉킨다.

참사 현장에서 시체를 본 사람들에게 두려움, 공포, 슬픔 등 복합적 감정이 엄습하기도 한다. 이태원 참사가 많은 이들에게 트라우마(외상)의 후유증, 즉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남겼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란?

감당할 수 없는 생명의 위협이나 공포를 경험할 때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면 ‘생존 모드’를 선택한다. 이는 각성이 높은 상태로서 단기간에 자신을 지켜내려는 시도이다. 트라우마는 과민반응(Hyperalertness, Hyperarousal)과 충격의 재경험(Re-experience or Intrusion), 감정 회피 또는 심리적인 무감각증(Avoidance or Emotional numbness) 등으로 나타난다.

심리적 과민반응은 사건이후 안전한 상황에서도 깜짝 놀라고, 불안해하며 잠을 자지 못하고 집중이 어려운 증상이다. 이태원 트라우마 생존자들은 일상생활에서도 갑자기 두려움을 느끼고 직장이나 학교 수업에서 주의를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보인다고 호소했다.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가해자가 주변에 있는 것처럼 과도하게 주위를 경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충격의 재경험 증상은 사건에 대한 기억이나 꿈, 환각이 재연되어 실제 같이 느껴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서 사건을 연상시키는 소리, 냄새, 또는 정보 등을 통한 자극을 경험하면 과도한 불안 반응이 나타난다. 실제 트라우마 상황에서 경험했던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생존자들은 비현실적인 감정을 경험하고 분노와 피해의식, 수치심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기도 한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종류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이태원이나 세월호 사건 같은 일회성 외상을 경험한 뒤 생기는 급성 또는 단순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오랜 기간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발생해서 생기는 후유증인 복합 스트레스 반응 두 가지로 분류한다.

▸급성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실제 죽음이나 죽음의 위협에 대한 사건들을 경험하거나 심하게 다친 경우 또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신체적 온전성에 대한 위협을 경험, 목격하거나 직접 직면한 경우다.

2) 사건에 대해 강한 두려움, 무력감, 혹은 공포 경험 등의 반응을 경험한다.

3) 그 외상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재경험을 한다.
-사건에 관한 영상, 사고 혹은 지각을 포함하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사건에 관해 악몽을 꾼다.
-외상 사건이 실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그 경험이 되살아나는 기분, 착각, 환각을 느낀다.
-현실감을 상실한다. 이 상태에서 현실에서 달아나거나 안정을 찾아 술이나 마약에 의존할 수도 있다.

4) 외상과 연관된 자극을 지속적 회피하려고 시도하고, 그 자극에 대한 반응의 둔화 현상이 새롭게 나타난다. 다음 가운데 세 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난다.
-외상과 관련된 사고, 느낌, 혹은 대화를 피하려고 노력한다.
-외상에 대한 회상을 일으키는 활동, 장소 혹은 사람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외상의 중요한 측면을 회상하거나 기억할 수 없다.
-중요한 활동에서 흥미를 잃거나 참여하기 싫어진다.
-다른 사람들에서 동떨어지거나 격리된 느낌을 가진다.
-감정이 경직되고 제한된다. 예를 들어 사랑이란 느낌을 가질 수 없다.
-직업, 결혼, 자녀 또는 정상적 수명 등 가까운 미래 일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거나 줄어든다.

5) 외상 전에 없던 각성이 지속하는데 다음 가운데 두 개 이상 나타난다.
-잠을 청하기 어렵거나 수면 곤란을 경험한다.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분노의 표출이 과격하게 일어난다.
-직장 또는 학업 중에 백일몽을 꾸거나 주의집중장애를 일으킨다.
-주위에 대해서 과도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과도한 각성 상태를 유지 한다.
-트라우마에 관련된 사소한 자극에도 과도하게 놀란다. .

이태원 트라우마 사건이나 또는 다른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서 위 증상 중 2가지 이상을 경험했다면 급성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건강한 성인은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이 지속되다가 대체로 한 달 안에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거나 증상이 감소하고 회복된다. 심리적 신체적 스트레스 반응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이나 직업에 지장을 받는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반응에서 빨리 회복하려면 이같은 반응이 일어날 때, 당황하지 말고 “외상의 경험에서 회복하기 위한 과정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안심시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급성 트라우마에 대한 자세한 대처 방식은 다음주 수요일 칼럼에서 소개하겠다.

    채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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