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게 통통한 체형? 비만도 병

비만은 체형이 아니라 질환으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

의사와 비만 진료 중인 여환자
비만은 질환으로 여러 합병증을 불러일으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물만 마셔도 살찐다’, ‘나는 원래 통뼈야’ 등 통통한 체형을 합리화하는 말은 다양하다. 표준 체중보다 ‘조금’ 더 나가는 과체중은 저체중에 비해 면역력과 질병 회복력이 높지만 비만할 땐 얘기가 다르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비만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만 19세 이상 비만 유병률은 무려 38.3%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도 건강 악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비만’을 대전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이준철 교수와 함께 파헤쳐 보자.

◆ 비만은 질환

이 교수는 비만은 증상이 아니라 치료해야 할 질환이라고 말한다. 물론 뚱뚱한 체형이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나 숨찬 증상, 관절통 등을 유발하는 정도에서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비만이 심각해지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심장질환과 뇌졸중, 암, 제2형 당뇨병 등 각종 심각한 질환들의 원인으로 작용해 사망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 설마 내가 비만?

세계보건기구는 비만을 ‘건강을 해칠 정도로 지방조직에 비정상적인 또는 과도한 지방이 축적된 상태’로 정의한다. 즉, 섭취 영양분에 비해 소비되는 에너지가 적어 여분의 영양분이 몸속에 지방으로 과다 축적된 것이다. 비만이 아니더라도 근육양이 많아서 체중이 많이 나갈 수도 있어 체질량지수로 비만을 판단해야 한다. 대한비만학회에서는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체질량지수 ▲23 이상을 ‘비만전단계’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했고,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남자는 90㎝ 이상 ▲여자는 85㎝ 이상을 복부비만으로 진단한다.

◆ 비만이 미치는 악영향

비만한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2배 이상 높은 사망률을 나타낸다. 주로 혈관 동맥경화로 인한 심뇌혈관 질환에 의해서다. 대표적으로 뇌졸중,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을 들 수 있다.  비만할수록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지방간 ▲담석증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또 ▲대장암 ▲췌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의 각종 암이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 개인 의지력의 문제?

이 교수는 “비만 환자가 의지만으로 체중을 감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비만을 단순히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는 탓으로 생각해 모든 책임을 개인의 의지나 잘못된 습관 문제로만 돌리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한다.

최근 쌍둥이 연구를 통해 체질량지수의 결정에 유전적 요인이 40~70% 정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외에도 ▲장내 미생물 ▲위장관과 신경계 간의 상호 작용 ▲스트레스나 기분에 따른 식욕과 대사의 조절 ▲연령에 따른 기초대사량 감소 등이 복잡하게 작용해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전문의의 적절한 평가와 치료가 필요하다.

◆ 올바른 비만 치료법은

비만은 기본적으로 생활습관 변화가 필요하다. 활동량을 최대한 늘리고 식이를 조절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체중 감량에 한계를 느낄 땐 약물요법을 고려하자. 이뇨제나 설사 유도제를 비만 치료제로 착각하고 복용해서 체내 수분만 빼내거나, 성분도 모르는 약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비만도 질환으로 개인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된 비만 치료제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니코틴과 알코올 중독처럼 과식이나 폭식, 야식도 일종의 음식 중독이다. 이 땐 과도한 식탐을 조절시키는 식욕억제제가 있다. 일부 약은 2년 동안 장기 복용해도 심각한 부작용 없이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장관 호르몬 유사체도 주사제로 나오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식욕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높여 비만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지방의 일부를 대변과 배설시키는 지방흡수 억제제도 있다. 고도 비만 환자는 약물로도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 땐 위 우회술과 같은 비만대사수술도 고려할 수 있다.

◆ 체중 감량 시 주의점은

비만 치료의 목적은 흔히 말하는 연예인 몸매나 몸짱이 되는 게 아니라 비만과 연관된 합병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단기 치료하고 중단하지 않는 것처럼 체중 감량을 위해선 장기적인 계획을 짜고 꾸준히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2~3kg 정도 실현 가능한 체중 감량의 목표를 설정해 실천하고, 점차 운동량을 늘리고 식단을 조절해 체중을 서서히 감량하거나 유지하는 게 현명하다.

◆ 비만으로 고민이라면?

이 교수는 “비만은 이제 여러 가지 질병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질환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총 11개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비만 환자들이 의료진에게 자신의 체중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유는 ‘체중 관리가 오직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비만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조절되기 어렵고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들을 유발하는 만성질환이다. 그는 “개인 몸 상태에 대한 세밀한 진찰과 평가가 필요하며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김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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